성자와 헤어진 후 차라투스트라는 한 도시에 다다른다. 그 곳 시장의 군중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지혜를 나누어주고자 한다.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 …
이 대목에서 차라투스트라의 사상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게 된다. 군중이 그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탄식한다.
“슬프다! 인간이 동경의 화살을 더 이상 자신의 너머로 쏘지 못하고, 윙윙거리며 활시위를 울리게 할 줄도 모르는 그런 때가 머지않아 오겠구나!” …
말종인간들의 시대. 차라투스트라는 그들이 올 것임을 예고하며 두려워한다. 어쩌면 이미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그의 말은 그 누구의 귀에도 스며들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질 뿐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초인”은 어떠한 자란 말인가?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들에게 먼저 대지에 충실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대지는 모든 생명의 근간. 그들의 어머니이다. 그런 대지에 충실할 때, 비로소 인간은 삶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독을 타서 퍼뜨리는 자들이다.”
자기 너머의 어떤 초월적인 것, 탐구할 수도 없는 것을 자기보다 더 높이 존중하는 자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경고하고 있다. 자기, 몸. 곧 대지는 그들에게 이제껏 경멸받아왔지만 사실은 바로 그 대지가 삶의 조건이자 그자들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제 대지를 하늘나라보다 더 높이 올리고자 한다. 이로써 대지는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써 모든 생성의 장으로 변모한다. 바로 이때 몸은 곧 대지이며, 그 또한 생성의 무대가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가치들과 믿음들,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경멸하는 위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이제 생성의 강물 위에서 바다로 나아간다. 인간은 바다로 나아갈 때, 자신의 커다란 경멸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한 강물 위에서, 비로소 인간은 초인을 체험하게 된다. 그는 더 이상 하늘나라를 숭배하지 않으며 몸을 경멸하지도 않는다. 또한 이성(理性)의 절대성과 초월성을 거부하고 대지를 드높이려 한다. 그는 더 이상 동정하지 않으며, 선과 악에 따른 모든 가치판단을 거부한다. 나아가 그는, 마침내 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스스로 창조하려 할 것이다.
대지에 충실할 때, 위대한 경멸의 순간이 찾아온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그 위대한 순간을 언젠가 맞이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란 결국 대지에 속해있으며 대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껏 그 누가 생성의 강물에 몸을 담궜단 말인가? 그 누구도 자신의 위대한 순간, 그 커다란 경멸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간들은 하늘나라에 희망을 품지 않았던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러한 인간의 비극적 운명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대들은 이미 이렇게 말했던가? 이미 이렇게 외쳤던가? 아, 그렇게 외치는 소리를 내가 들었더라면!” …
그러나 또한 말한다.
“그대들의 죄가 아니라, 그대들의 만족감이 하늘을 향해 외친 것이다. 죄의 한가운데에 있는 그대들의 열망이 하늘을 향해 외친 것이다!” …
그들의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은, 그 정체는 무엇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인간들에게 따지고 묻는다. 정말로 우리에게 ‘원죄’가 있는가? 생성의 존재인 인간에게,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오히려 그런 초월적인 것들은 어떤 위장술이 아닐까? 커다란 경멸을 마주하지 못하고 차라리 어떤 희망적인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그 순간에는 — 자기 자신을 존속시켜왔던 것들마저도 경멸하기 때문이다. 이 파괴적인 순간에 자기 자신을, 곧 대지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바로 이렇게, 인간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위장시켜왔다. 결국, 이러한 위장에 따른 만족으로 인간 존재가 원죄로 둔갑하고 말았다. 이 거짓된 상상으로 인해 인간은 죄의 한가운데에 있게 되었다. 그렇게 왜곡된 인간이 하늘을 향해 외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지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인간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한다. 초인은 대지의 뜻이며,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질 번갯불이자 광기이다. 위장된 것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든 것과 더불어 자기 자신마저 경멸해야하는 위험과 함께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