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

by 고휘연

초인은 인간들의 머리 위에 떨어질 번개의 예고자이자 번개 그 자체이다. 그러나 초인은 어떤 열반에 이른 자는 결코 아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영원히 미생이며 어디까지나 미생일 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

그는 인간을 밧줄에 비유함으로써 인간이 짐승과 초인 사이에서 영원히 비틀거리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밧줄 위에서 그 인간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삶 가운데 도래할 모든 위험을 감내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심연은 그런 위태로움으로 인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의 위대한 순간에 그가 경멸해야할 것은 이제껏 자신의 삶을 지탱해왔던 것들, 곧 자기 자신이었다. 반면 스스로를 왜곡시키는 힘이 있다. 위장의 힘. 대지를 왜소하게 만드는 힘이. 그 힘은 언제나 어떤 초월적인 것에서 비롯되지 않던가. 대지 바깥에서, 바로 그 망상이 인간 존재를 다른 편리한 것으로 둔갑시키지 않았던가. 또 그 힘은 얼마나 은밀한가! 인간은 그저 어느 순간에 자신이 왜소해졌음을 깨닫지만, 도대체 그 힘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인간 존재는 바깥의 힘들에 너무도 쉽게 이끌리곤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마주하는 것은 무엇인가? — 오직 자기 자신만이 있다. 그러나 그자는 이미 창조된 것들을 반복하는 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가 경멸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면서 또한, 대지 바깥의 것들, 이미 창조된 것들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과 대적하려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어떤 강력하고 매혹적인 힘이 있다.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 초월적인 것. 대지 바깥의 것들. 비록 거짓이고 망상일지라도 인간은 이 희망 때문에 살아가기도 한다. — 이 망상이 삶을 지속하게 해주고 있지 않던가. 그러므로 어쩌면 진실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그가 대적하는 자는 바로 이 무시무시한 유령이다. 하지만 정말 이 유령이 대지를 위해 정당하단 말인가?

그는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그렇기에 그 모든 움직임이 그저 위태롭기만 하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바로 여기서 발견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인간 존재는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처럼 위태롭다. 그는 어쩌면 유령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대지에 속한 존재이자 대지 그 자체이다. 그는 대지의 뜻이다. 그는 생성의 강물 위에서 바다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대한 순간을, 그 경멸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미 창조된 것들을 거부하는 순간을. 그리하여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한다. 그는, 그렇게 몰락하고자 한다. 태양이 저편으로 떨어져 하계를 비추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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