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중하니까요

자유로운 영혼들

by 봄날

수업 시작종이 울린다.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소리를 지르며 복도를 달려간다. “얘들아, 종 쳤어. 들어가자.”라는 말을 교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몇 번을 하는지 모른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러 명의 아이들이 교실 뒤쪽에 우르르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다. “얘들아, 뭐해? 종 쳤어. 자리에 앉자.” “어? 선생님, 종 쳤어요? 1분만요.” 나는 심호흡을 한다. 마음을 추스르고 뭘 하는지 상냥하게 묻는다. 단정하게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명이 대답한다. “아침에 자리를 뽑았는데, 바꿀 사람들끼리 조정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도를 닦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책을 펴고 수업할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미 5분이 지나갔다.


그래도 예년에 비해, 올해 내가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들은 예쁜 편이다. 적어도 교사에게 함부로 대들거나, 무시하는 아이들은 없다. 아직은. 수학이라는 과목을 완전히 포기하고 안 하는 아이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수업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아이들이 “어? 벌써 끝났어? 우와, 수학 시간은 금방 지나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나는 가장 기쁘다. 물론, 나 혼자 설명하는 수업이었다면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또래 협동 수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래 협동 수업에서는 교사가 먼저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예제 문제를 풀이한 다음,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 시간을 준다. 먼저 다 푼 아이들이 교사에게 풀이 과정을 검사받고, 또래 펜을 받아서 조별로 친구들의 문제 풀이를 돕는다. 그 과정에서 또래 교사 역할을 꼭 하고 싶은 아이들끼리 경쟁도 하고, 아이들은 서로서로 설명하고 질문하며 개념을 이해해 나간다.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개념을 다시 체크하는 기회가 되고, 교사의 설명을 어렵게 느꼈던 아이들은 친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자유롭게 질문하고 돌아다닐 수 있어서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한 시간 내내 정자세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교사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수업보다는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리라. 그래도 요즘은 예전처럼 강의식 수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보고 결과물을 발표하는 수업들이 많이 이루어진다. 물론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전형을 대비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그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숨을 쉬고 살아 움직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내 학창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모든 수업이 설명식, 문제 풀이 위주로 운영되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활동 위주로, 체험 위주로 수업했다면 나도 좀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정시 확대 방안은 진심 반대하고 싶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아이들에게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아이들의 활동 위주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고, 평소 학교생활에 충실한 아이들에게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더 많은 제도가 분명하니까.


한참 또래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열심히 선크림을 바르고 있는 아이가 눈에 띈다.

“윤하야, 뭐해?”

“아, 샘, 다음 시간이 체육이에요.”

“에고, 그래서 선크림을 바르신다?”

“헤헤, 그럼요, 저는 소중하니까요.”

영혼이 자유로운 아이들, 그래도 소중한 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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