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금요일

교사이자 엄마

by 봄날

금요일은 항상 정신없이 바쁘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면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업무 중에 내가 빼먹은 것은 없는지, 반 아이들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한 공지사항은 없는지, 다음 주 학교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점검할 사항이 많다.

오전에 6반 수업을 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많다. 6반은 유달리 수포자가 많은 반이라, 매번 사탕을 준비해 들어간다. 요즘 아이들은 얼르고 달래서 북돋아주지 않으면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손을 놓아버린다. 아주 작은 시도에도 칭찬해 주고, 잘한다고, 좀 만 더 해보자고, 상품으로 사탕을 내민다. 몸은 어른만큼 커지고 화장은 연예인 못지않게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작은 사탕 하나에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수학 문제 풀이 방법에 조금은 관심을 가져주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점심시간에는 반 대항 축구 예선이 있다. 서둘러 밥을 먹고 급식지도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지난주에 있었던 경기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이 덩치 면에서 상대 반 아이들에 비해 많이 밀렸다. 눈앞에서 몸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휘청이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그날 경기 후에 아이들에게 이기기보다 다치지 않는 경기를 하라고 부탁했었다. 오늘 상대편 아이들은 다행히 우린 반 아이들과 몸집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팽팽한 긴장 속에 골이 이쪽저쪽으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만 하다가, 돌연 골이 터졌다. “와아...” 함성이 터진다. 나도 모르게 폴짝폴짝 뛰어오르면서 신이 난다. 이기는 경기보다 안전한 경기를 하라고 말했던 담임선생님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싶었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두 손을 모아 확성기처럼 입술에 모으고 “5반 파이팅!”을 외친다. 결과는 2대 0으로 승리.


오후에는 담임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꾸려나가기 위한 계획도 해야 하고, 수업과는 다른 진행에 대한 부담도 있다. 오늘은 5월에 있을 체험학습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학급에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에 대한 토의도 했다. 종례를 하고 교실 청소지도와 문단속까지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니, 교사 연수가 이어진다. 각반 아이들의 진로 성향 검사 결과지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연수다. 공학계열의 진로 성향을 보이지만 법학과에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온 아이는 어떤 식의 진로지도가 필요할지 질문도 하고,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검사 결과를 눈여겨 읽고 있는 교사들의 열기로 교무실은 후끈 달아오른다. 연수가 마무리되고, 저녁에 시댁 모임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서둘러 퇴근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하루 종일 긴장해 있던 피로가 몰려온다. 그래도 아침에 바빠서 못한 설거지를 한다. 오늘은 저녁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는데 남편이 이른 귀가를 한다. 평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약속이 있다며 늦는 사람이 오늘은 제 피붙이를 만날 생각에 설레는 기색이 느껴진다. 들어서자마자 “가자” 하는데, “훈이가 아직 안 왔어”로 이어지는 내 대답.

“왜?”

남편의 짜증 섞인 어투와,

“오늘 무슨 대회에 참여한다고, 곧 올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수그러드는 내 목소리.

“그럼 나 잠깐 눈 좀 붙일게.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하며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읽고 있던 책을 펼쳤다.


“가자.”

십여 분 뒤 남편이 다시 재촉을 하고, 이제 막 돌아와 교복을 벗으며 엄마에게 하루 일과를 보고 하느라 새처럼 재잘대는 막둥이를 나는 또 재촉한다. 큰 아이는 영 따라나서기가 싫지만 엄마의 강권을 뿌리치지 못해 발걸음이 느려지고, 금요일 저녁의 도로에는 차들이 너무 많다. 결국 약속시간에 늦어지고, 남편은 잔뜩 신경이 곤두서서는 보조석에 앉은 내게 불똥을 튕긴다.

밀리는 도로에서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달려가며, 우린 한동안 언성을 높였다.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둥,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지 말라는 둥, 사람 신경을 긁어대는 그의 말에 분노하며 나도 뭐라고 뭐라고 대꾸를 했다. 의사소통이 안 되기는 이쪽도 마찬가지.


한숨을 쉬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먼저 와 있던 시누이 부부들은 이미 식사가 진행 중이었고, 우리가 늦은 것에 대해서 그다지 말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들의 급격한 성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남편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 끝에 훈이 엄마는 더 이뻐졌네? 아, 치아교정 때문에 그렇구나, 하는 작은 시누이.

그러자 누군가가 진작 젊을 때 했으면 시집을 달리 갔을 것을, 한다.

일제히 웃음이 터지고, 나는 진짜 그랬음 어땠을까, 진심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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