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기 좋은 날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by 봄날

“여러분, 안녕하세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나는 가능한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려고 노력한다.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답해 주는 반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답해 주는 목소리 하나 없이 무관심한 반도 있다. 선생님의 존재는 본 척 만 척, 다른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 여럿이 모여하고 있던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없는 아이들, 그제야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뛰어나가는 아이들, 각양각색의 반응에 무디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나는 아이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한다.


“어? 선생님!”

들어가자마자 대뜸,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찾아 바라보니, 이어지는 하랑이의 말.

“운동장이 비었는데요?”

“응?”

“날씨도 좋고, 축구하러 나가기 ‘딱’ 인데요?”

그제야 아이들의 빙글빙글 웃음을 감춘 표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러네, 근데 어쩌지?”

이번엔 아이들이 숨죽인 채 나의 반응을 기다린다.

“지금은 체육 시간이 아니라 수학 시간이거든.”

“에이”

몇몇은 크게 낙담하고, 또 몇 명은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칠판에 오늘 배울 단원명과 페이지를 쓴다.


“자, 이번 시간에는 적분을 활용한 속도와 거리 단원을 배워 볼 거예요.”

“네에.” 하며 금세 책을 펴고 초롱초롱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 나는 속으로 조금 놀란다.

이 아이들은 친화력도 좋고 집중력까지 좋구나, 새삼 느낀다.

수학 과목은 거의 선행을 하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서, 학교 수업시간에 교사의 설명을 건성으로 듣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선행을 안 한 아이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천천히 개념 위주의 수업을 안 할 수는 없어서 교사들은 딜레마를 겪곤 한다. 그 와중에 이미 다 배우고 온 내용이지만 적극적으로 대답도 하고 문제도 풀면서 수업에 호응해 주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축구를 하러 나가자고 능청을 부렸던 하랑이를 포함한 5반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내 설명에 열심히 대답도 하고, 또래 교사 역할을 서로 하려고 달려 나온다. 이쁜 것들.


또래 협동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의 문제 푸는 속도가 다 달라서 교실이 조금 소란스러워지곤 한다. 하랑이가 맡은 모둠은 또래 활동이 조금 빨리 끝났는지 시끌시끌하다. 아직 또래 활동이 진행 중인 다른 모둠을 기다리며 연습문제를 좀 더 풀어보도록 지도하지만, 그조차도 뚝딱 풀어버리곤 몇몇 아이들이 교실 뒤로 나가 스트레칭을 한다. 팔을 뒤로 휘휘 돌리고, 다리를 쭉쭉 뻗어 헛둘헛둘, 소리를 내면서 “아, 난 준비운동이나 하고 있어야겠다.” 하는가 하면, “시험 범위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은데, 이거 다 배우면 나갈 수 있겠지?” 하는 아이도 있다. 교사의 표정을 살피면서 간을 보는 아이들.


아, 이 아이들에게 휘둘려선 안 되는데,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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