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주간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지난주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었다.
학급 관리와 교과 수업 틈틈이 총 8건의 전화 상담과 2건의 대면 상담을 했다. 올해 우리 반 구성원이 총 스물셋이니, 그중 거의 절반의 학부모 님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본인의 자녀에 대해 불신이 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고, 또 반대로 본인이 자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는 식의 과한 자신감을 보여 걱정스러운 분도 있다. 담임교사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아이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정보를 제공해주는 분도 있다. 이 경우에 매우 유익한 상담이 된다.
A는 평소 밝고 쾌활한 아이다. 학생회 활동에 늘 적극적이고, 수업 내용을 잘 몰라도 열심히 질문하고 알아가려는 태도가 예쁘다.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허허 웃어넘길 것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아이였다. 몇 주전 A의 어머니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선생님, A가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네요. 이를 어쩌죠?"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내 마음에 가라앉았다. 무슨 일일까, 다른 누구도 아닌 A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점심시간에 A를 상담실로 불렀다. "요즘 무슨 고민 있니? 오늘 아침에 얼굴이 좀 어두워 보이던데." 묵묵부답 한동안 침묵하던 아이가 어렵게 풀어놓은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오래 알아온, 친한 친구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A가 '베프'(베스트 프렌드)로 생각하는 친구가 요즘 자꾸 A의 외모에 관한 놀림을 반복해서 너무 속상하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생각할 때는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열여덟 아이들에게는 친구와 관련된 이슈만큼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외모에 관심이 엄청난 시기가 아닌가.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나서, 그 친구와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았냐고 물었다. 요즘 아이들은 '쿨' 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칠 까 봐 진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A는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가 더 놀림을 당할까 봐 말도 못 해봤다고 했다. 그 친구와 진정한 친구로 오래 남고 싶다면 정면으로 부딪쳐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약점을 놀림거리로 삼지 않는 참된 친구를 찾아보라고, 어쩌면 아주 뻔할 수 있는, 조언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혹시 그런 문제를 부모님과도 의논해 보았냐고 물었다. 요즘 힘든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저, 자퇴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럼 부모님이 많이 놀라시지 않았겠냐고, 자초지종도 말하지 않고 무턱대고 자퇴라니, 얼마나 걱정이 크시겠냐고, 나는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A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열심히 주억거렸다. "아, 저는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어요." 했다. 아직은 아이인 것이다. 자신에게 던져진 돌의 무게에 눌려, 다른 이의 아픔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아이. 사회라는 큰 세상에 나아가기 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미리 연습하기 위해 학교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담 이후로 A는 학교 행사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경험도 하고, 스스로 관심 가지고 열심히 공부한 과목에 높은 성취를 달성하기도 했다. 여전히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외모로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하며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A의 어머니와 전화 상담을 하기로 한 시간. "여보세요? 선생님, 지난번에 정말 감사했어요."라는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그날 상담 후에 A가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엄마, 제가 어제 갑자기 자퇴 얘기를 해서 걱정 많이 하셨죠? 죄송해요.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할게요."라고 말이다. 어찌나 흐뭇하고 다행이던지, 다 선생님 덕분이라며 인사를 하시는데 부모님 못지않게 나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지켜볼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에 감사함을 느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