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은 어느 오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멋지게 꾸며 놓고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을 티브이에서나 볼 수 있었다.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로망을 실현해 보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이제 시큰둥해졌다. 연말이 다가오면 여행이나 공연 관람 같은 특별한 계획을 세우곤 했던, 열정도 사라졌다. 나 왜 이러지? 진짜 갱년 긴가?
“엄마,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뭐해?”
“응?”
“올해도 마니또 할 거지? 우리 어디 안 가?”
어디를 가자고 하면 어디를 갈 것인지, 가서 뭘 할 것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심드렁하게 따라나설 줄만 알던 녀석이 올해는 어쩐 일이지? 이 녀석도 좀 이상하다.
“너 주말에 알바 가는 줄 알았는데?”
“아, 크리스마스에는 쉰다고 했어.”
“응? 그때가 식당은 더 바쁠 텐데? 그래도 돼?”
“뭐, 내 맘이지. 그래서 더 가기 싫어.”
내 아들이지만 참, 무책임하다, 싶다가, 아니지, 그래, 뼈를 묻을 직장도 아니고, 잠깐 경험 삼아 하는 알바인데, 그럴 수도 있지. 마음을 조금 더 너그럽게 먹어보았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마니또를 뽑고, 교보문고에서 각자 흩어져 선물을 고르고,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오니 거리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우리 저녁은 뭐 먹을까?”
“짜장면!”
그렇지, 너라면 그 대답이 나와야지. 그런데 아이들 어릴 때부터 자주 찾던 중국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장이 텅텅 비었다.
“저기요? 누구 안 계세요?”
한참 뒤에 안쪽에서 직원이 나오더니 오늘 마감했다고, 9시까지 영업이라 그렇다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안 될까요? 식사만 할 건데요.”
주방 안으로 들어갔던 직원이 잠시 후 다시 나왔다.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를 잡는데, 알바 학생이 기본 반찬을 서빙해주고 갔다.
“어떡하냐? 우리땜에 마감하고 쉬려던 알바가 다시 일을 하게 생겼나 본데?”
“.....”
“너가 알바하는데 이 상황이면 우리 같은 손님 진짜 싫겠다, 그치?”
“그냥, 손님은 다 싫어.”
“뭐?”
다 함께 웃으며 마무리한 크리스마스.
그래,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