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뭐라고
J가 사라졌다.
아침에 분명 독서실에 간다고 나섰는데, 점심 먹으러 집에 올 시간이 한참 지났다.
어떻게 된 거지? 공부하다가 깜빡 잠이 든 걸까? 공부하던 문제가 잘 안 풀려서 붙잡고 있는 것일까?
30분 정도 기다려 보다가 갑갑증이 일어 독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자리에 가서 확인해 보고 올 테니 잠깐 기다리라는 응답을 받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J 어머니, J가 자리에 없네요.”
“잠깐 자리를 비운 걸까요?”
“아니요. 제가 화장실도 살펴봤는데 없어요.”
“아, 그럼 제가 다시 알아볼게요.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요. 자리에 책도 없고, 오늘 아예 안 온 것 같은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침 일찍 공부하러 간다고 나갔는데요?”
땅 밑으로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걸까.
배신감, 실망, 좌절이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엄마, 어디예요?”
“응, 지금 퇴근하고 있지.”
“마트에 들를 거예요?”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 엄마 장 보면 짐이 무거우니까, 내가 도와주러 갈까 하고요.”
“어머나, 우리 아들이 기특한 생각을 했네. 고마워. 근데 오늘은 괜찮아.”
“하하. 네.”
그랬던 J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다녀왔습니다.”
J가 태연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후 내내 혼자서 천당과 지옥을 수십 번 오갔던 터라,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가요?”
“전화도 안 받고, 독서실에도 없고, 어디 갔었어?”
“그냥.”
“그냥? 어디서 뭐 했냐고?”
“다 알면서 뭘 물어요.”
녀석은 지친 표정으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방망이질을 한다.
저 꼴을 보자고 지금껏 녀석을 키웠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며 몸 전체가 덜덜 떨렸다.
그러다가, 녀석의 축 처진 어깨를 보았다.
종일 어디서 무엇을 했건, 녀석도 마음이 편치 않았겠구나, 싶으니 내 불안과 화가 허무해졌다.
커다란 파도가 내 몸을 샅샅이 훑고 지나가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래, 공부가, 입시가 그게 뭐라고, 온몸에 힘이 쏙 빠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