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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Aug 13. 2022

잡초를 무시하지 마

2022년 8월 13일

이 글은 제목과 달리 잡초를 리스펙 하는 글이 아니다.


잡초는 가장 작고 연약할 때 뿌리째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년 농사를 망친다.

잡초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올해로 3년째.

작년과 재 작년 2년 간 내 밭을 가지고 있었지만,

올해 나는 소작농이 되기를 자처했다.


작년 주말 농장을 대차게 말아먹었다. 그래서 내 밭을 갖는 것이 두려웠다. 다 잡초 때문이었다.

한 달 정도 방치한 잡초들로 정글이 되어버린 밭과 2주에 걸쳐 잡초를 베어낸 흔적


겨우 한 달 남짓 무시했을 뿐이다.

겨우 손톱 만한 크기의 잡초였다.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정리할 수 있었기에, 눈앞의 작은 잡초를 외면했다. 그 이후, 놀기 좋은 날씨라 한 주 밭을 안 가고,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또 한 주 밭을 가지 않았다. 그렇게 3~4주가 흘렀던 것 같다. 놀기 좋은 해는 잡초가 자라기에도 좋은 해였고, 우리가 비를 피한 사이 잡초는 비를 한 껏 맞으며 세상모르고 자랐다.


그렇게 한 달 만에 간 밭에는, 내 턱 밑까지 자라난 잡초가 있었다. 그 잡초들에 가려져서 해를 보지 못한 상추, 바질, 토마토는 모두 시들어 썩어 있었고, 우리 구역을 넘어 형님들 밭의 작물에도 피해를 주고 있었다.


외면했던 잡초가 주변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가끔은 일할 때도 느낀다. 잡초를 바라볼 때와는 비교도 못할 쎄한 순간들이.


팀원이 업무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나지막이 욕을 속삭인다던가, 모니터를 보는 팀원 얼굴에 생기가 없다던가, 이 정도로 괜찮을까 의심이 든다던가, 이상하게 업무 진행이 더디다던가.


'일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던가..


뒤늦게 생각한다. 물어볼걸, 물어만 보지 말고 확인할걸, 확인만 하지 말고 의심할걸, 의심만 하지 말고 지시할걸, 지시하지 말고 내가 직접 할걸 이라고 말이다.


쎄한 느낌이 들자마자 행동했으면 간단하게 해결되었을까?

마치 잡초를 뽑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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