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고 조종하고 싶어하는 너를
무엇인가 잃을지도 몰라 두려움에 떠는 너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면서
아마 그래서 더 뺏길 수 없어 더 무서워지는 너를
그렇게 나를 괴롭히는 너를
그렇게 종종거리다 모든걸 빼앗기고도
더 강해져만 가는 너를
지금도 여기에,
한글자 한글자에 묻어나는
너의 짙은 색채가 너무 숨이 막혀
네가 나를 사랑해준다면 모든 것이 완벽히 제자리를 찾아갈텐데
너에게 사랑받는 그 간단한 일이 그리도 어려워
이 모든 눈 앞의 일들을 엉망으로 만들고
갈 곳 잃은 물건들이 제자리 없이 널브러진 방 안에 누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또 이렇게 오늘을 버티는걸까
혹시 내일은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때는 엄마의 모습으로
한때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으로
지금은 드디어 나의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난 너를.
모든 것을 갖고도 네 앞에서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이가 되어야 했던 나는
늘 실수 투성이라 너의 미움을 받은 나는
기다리는걸까
너에게 사랑받기 위해 기다리는걸까
너를 사랑해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기다리는걸까
그렇게 너를 해치고 싶은걸까
내가 너를 사랑할 자신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