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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Jan 31. 2023

인생 3막

아이가 찾아와 시작된 이야기

인생 3막


우리네 인생은 연속성을 가진다. 과거가 현재로, 현재가 미래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래서 잠시라도 분절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스토리는? 그것은 어떠한 묶음으로 나뉘어 서로 구분된다. 예를 들자면 기 승 전 결 같은 묶음말이다. 여기서부터 기! 여기서부터 승! 이런 식으로의 표현은 절대적으로 없다만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도, 스토리의 독자도 그것을 구분해 낸다. 그렇다면 인생을 스토리화한다면 어떨까. 이야기화 된 인생은 그런 식으로 분류되고 그룹 지어져 어떤 의미를 가진 일부분씩으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스토리의 주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이번에는 ’가족‘이라는 주제로 나의 인생을 스토리화해보련다. 왜 가족이냐 하면, 내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1막은 아마 외롭고 의지할 곳이 없어 괴롭고, 굳은살이 박혀 힘든 줄도 모르는 싱글일 때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내게도 가족들이 있었지만, 고장 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브로큰 패밀리‘였다. 나도 그들도 서로에게 진정한 가족이 되어주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외로움에 사로잡혀있었고 언제나 갈증 했다. 아마 당시 내가 가진 대부분의 문제들의 원인은 근원적으로는 그것이었을 것이다.


제2막은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한 부분이다. 나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주고 함께 해나가기 시작한 아내와 동행하고서야 나는 가족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자신을 던지는 것을 목격하고서야 나를 던지는 것을 체험했다. 다름 속에서 같이라는 것의 신비도. 그렇게 가족이 된 우리는 한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아이를 낳을 것인지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랜 시간 눈물과 고민의 시기를 거쳐 아이를 원치 않던 내 마음이 바뀌었고, 우리는 우리의 아이를 출산했다.


그래서 맞이한 것이 지금의 인생 3막이다. 인생 1막이 끝나고 인생이 2막이 되어 다시 1막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인생 3막이 되어서 인생 2막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 나는 다시 아이가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이전의 삶에서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없고, 마음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없으며, 진득하게 앉아 게임을 하지도 못하고, 집중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내 몸 하나만 건사했던 시절을 보내고 나보다 아이를 우선 돌봐야 하는 것이 현재다. 그러나 그 속에서 아이와 나와 아내는 더 가족이 되어 갔다. 아내와 누렸던 그 하나 됨을 우리는 이제 셋이서 경험한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로 인해 삶이 새롭고 더 풍성해졌다.


가끔 인생 2막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사실 그때 누렸던 어떤 자유들이 종종 생각날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다.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일단 진행된 이야기를 부정하면 안 되는 것처럼, 이미 진행된 나의 인생에 그저 긍정할 뿐이다. 인생 4막이 올 때까지 인생 3막에서 앞으로 더 쓰일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종종 나의 인생 3막에서 발생한 좋은 이야기들을 주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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