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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Feb 03. 2023

아이고 속상하다

이게 다 너를 위한 말이야

아이고 속상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에 대해서 행복한 이야기들을 주로 나눴는데, 사실은 어떻게 좋기만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아이가 있음으로 인해 기쁘고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얼마 전에는 너무 화가 났던 적이 있었다.


한 달 전까지 이거거의 기어 다니던 아이는 이제 걸어서 가고 싶은 곳을 간다. 조금 더 자란 만큼 조금 더 말을 잘 알아듣는다.


“그것 좀 가져다 줄래?”


“이 수건 빨래 통에 넣어 줄래?”


“의자 위에 올라가면 위험하니까 앉아 있어라.”


이 같은 말을 곧잘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기대감이 커진 듯하다. “이런 이런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자신과 타인에게 위험하고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지 않도록 말로 타일렀다. 반복하고 또 당부하는 나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인지 역시나하는 마음인지 모를 기대감이 있었다.


그날 아이는 내 앞으로 스티커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나를 향해 스티커를 내밀고선 입을 가리키고 떨리는 동공과 내려간 입꼬리를 보여줬다. 스티커를 먹었냐고, 꿀꺽했냐고 물어보니 끄덕거린다. 덜컥 불안이 밀려와 입 안을 벌리고 살펴보는데 보일리가 만무했다. 그럼 안 된다고 타일렀다. 걱정으로 인해 이물질을 삼키면 어찌 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데, 아이가 무언가를 또 오물거리고 있었다. 역시나 스티커였고, 나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설명했다. 아이는 눈 빛을 피하더니 딴청을 피웠고, 이번에는 빨대가 달린 물병을 들어 보였다. 내가 보란 듯이 빨대 부분을 자신의 눈동자에 가져다 댔다. 너무 놀라 아이를 제지하였더니 이번에는 돌아서서 빨대를 귓구멍에다가 넣으려고 시도했다.


나의 어디에선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조금 전까지 나를 가득 채운 사랑의 마음은 온데 간데없고, 미운 마음이 자리를 차지했다. 아빠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주는 아이에게 서운하고 섭섭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일은 많이 발생했다. 사람을 깨무는 행동을 해서 그것에 대해 타일렀지만 내 몸 여기저기 아이가 물어 생긴 상처 자국이 늘어갔다. 15개월 아이가 깨물면 뭐 얼마나 아프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아프고 힘이 세다. 그것보다도 곧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인데, 친구나 선생님에게 그러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이었다.


천사 같은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미소 비슷한 거라도 답하고 싶었는데 그런 일들이 있은 후에는 그러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너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을 몰라 주는 것이 애석하다.


그러나 몇 번 얘기해서 그것을 알아듣는다면 그게 아이이겠나. 잘 타일러서 사람을 잘 키울 수 있다면 육아가 왜 어렵겠나. 애초에 15개월 아이에게 화를 내는 내가 이상한 것이다. 무리인 것이다. 서운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눈곱만큼의 인내심도 없는 나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어쩌면 그런 나에 대한 실망을 감추고 싶어서 아이에게 화를 낸 걸지도 모른다.


어린이를 키우는 어떤 친구가 육아는 감정노동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앞으로도 마음대로 되지 않은 아이에게 화가 나고 화를 내는 자신으로 인해 괴로운 일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럴 때마다 좋지 않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가 받을 상처는 또 얼마나 많을까. 아이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맞다면, 부모는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 나를 포함해 오늘도 아이들을 돌보는 모든 부모들이 자신을 잃지 않고 온전한 사랑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기를, 또 아이들이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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