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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Sep 16. 2020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

일상 이야기 - 평일 휴무를 보내며

종종 평일 휴무일을 보낸다. 회사 안 가도 되는 편안함 속에 쓸쓸함이 숨어있다. 아내는 출근 중이고, 연락해서 만날 사람도 떠오르지 않는 나는 어슬렁 밖으로 나와 발 닿는 곳에서 커피 한잔을 한다. 그렇게 그냥 시간을 보낸다.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내가 알아야 하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숨지 않는 숨김 상태가 내게 안락함을 준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힘주고 피곤해하는 나로부터 벗어나 시간의 흐름 속에 둥둥 떠서 지금을 관망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느낀다. 혼자는 외롭다. 무력하다.

고독이 누군가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만든 시련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분노하며 탈출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혼자인 것이 무슨 결점이라도 되는 양 부끄럽고 숨겨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원했던 바였다. 쉽게 인정하기란 어렵지만, 이 삶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었다. 상처 받기 싫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저 귀찮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나를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 내어주는 것이 아깝게 여겨져서 일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연락하지 않고, 만나지 않고, 약속하지 않고, 관심 갖지 않고, 좋아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카페에 홀로 앉아 카페라떼를 마시며 이어폰으로 슬픈 인생을 노래하는 가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나인 것이다.

삼십 대 중반의 인생에 들어서서 외로움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들보다 그 부분이 더 큰 것뿐이라고, 더 선호하는 것이라고, 이 정도가 내게는 견딜만하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무력하고 초라한, 한 인간인 나를 직시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그럼에도 나와 함께 살아가 주기로 결정하고 노력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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