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못 지내는 사람의 글.

멋진 글들의 브런치에 잉여가 쓴 글의 등장이라.

by chul
어디선가 인터넷 여정으로 받은 무신사 모델사진을 참고했습니다.

한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하고, 망설였던 때가 있었다. 거의 글을 쓰지 않고 간단한 만화나 사진을 올리곤 했지만, 글을 굉장히 쓰고 싶었다.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올릴 자격이나 처지가 못 되는 것 같아 절망적이었다.

세상 모든 퇴사자들은 브런치에 모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많은 고민 끝에 나온다는 도전장을 내밀고 다시 삶을 시작하는 그런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취준생인 내 알 바가 아니다. 어쨌든 응원합니다. 그분들도 나는 알 바가 아닐 것이다.

나의 고민은 여기였다. 이렇게 퇴사와 혹은 이직, n잡과 같이 이미 사회생활의 스타트를 끊은(그리고 프로필 보면 다들 엄청 화려하고 멋지다) 사람들이 회사 말고 당신더러 꿈을 찾으라고 이야기하는데, 반대로 회사에 어떻게든 들어가서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의 한 바퀴를 담당하고 싶은 내 이야기는 어디를 부유하고 있는가.


깔끔한 브러쉬. 완전 제 취향을 탕탕



아니, 문제는 그거다. 감히, 뛰어나기는 커녕 하위에 더 가까운 2년 공백 취준생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

취준생이 왜? 그럴 때인가?

여러 형태의 이야기로 유명한 사람들은 아주 잘난 사람들이었다. 일단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30대 중반은 넘어섰으며, 모두 ‘20대 때 하지 않을 것들/ 해야 하는 것들/ 안 해서 후회하는 것들/ 해서 반성하는 것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함부로 아무것도 모르는 20대가 인간관계에서 복닥거리는 매거진은 여기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tnscjs11261

운 좋게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나와 나이 차이가 거의 안 나거나 혹은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자기 자리는 잡았거나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어쩌고저쩌고 멋진 이유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은 대부분 한 번에 들어가기 어려운 곳을 졸업도 전에 들어갔으며, 그 때깔 좋은 것들이 세상의 다가 아니라고 했다. 거기서 많은 회의감을 느꼈으며, 그래서 자신은 현재 꿈을 찾을 노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가 잘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것이 싫다. 그래서 한심한 나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인생에 다가 아니며 들어가면 많은 허무함을 느끼는 곳’을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평범에서 조금 밑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를.



유튜브 분들 보면 이렇게 조금 비게 채색하면 이쁘던데 왜 저는 찢긴 신문지같죠



다크한 것도 에너지이자 글의 특징이죠.


공대생의 심야 서재님(공심님)이 주관하셨던 프로그램을 하던 몇 년 전, 나의 글이 너무 우울하다는 투정에 지나가듯이 공심님께서 해 주신 말이다. 당시 나는 여러 글쓰기 모임으로 브런치를 시작한 꼬꼬마였고, 브런치 시작 계기가 내 우울증이었기에 관련 내용도 우울증이었다. 그러나 브런치에서, 아니 세상에서 공황장애나 심리상담, 우울증 이야기는 대두되지 않던 때였고 글이라 하면은 교훈을 주거나 훈훈한 이야기들이 주였다. 그렇기에 그때도 아무도 안 힘들어하는 데 혼자만 힘들어하는 최약체가 된 것만 같아, 차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때도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권리’를 주길 바랬다. 힘들어할 권리를.


공심님에겐 그저 지나가던 회원 중 하나의 지나가던 말이었겠지만 나에겐 아직까지 내 브런치와 글을 ‘감히’ 발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아마 글을 쓴다면 평생 나의 근원이 될 말일 것이다.

(공심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futurewave



다들 너무 멋있게 살아요 그렇죠?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취준생이고, 잘 난 것도 없고, 취업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나도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생각해왔음을 깨닫고 놀랐다.

고3 때,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책을 읽다가 몇 번 선생님께 빼앗겼고 나중엔 벌을 섰다. 이유는 ‘그럴 때가 아닌데 그러고 있다’였다. 난 지금도 모두에게 그렇게 보이고 있다. 뭐가 잘나서 글을 쓰고, 이야기를 전달하냐면, 그게 내 글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취준생이니까 취업 성공이 아닌 모든 부분에서의 행복에서 배제당했다.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어딘가에 이야기를 해도 ‘이제 취업만 하면 되겠네’였다. 당연히 취업하고 싶다. 하지만, 가끔 틈새에 힐링이라는 사치를 부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내 글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지만, 그냥 지나가다가 이 글을 읽은 당신의 시간 때움에 가담할 수만 있다면. 그러면 그것이 ‘감히’ 오늘도 발행을 누르는 나를 만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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