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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23. 2024

뭣 같은 인생, 살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공포보다는 환장할 정도의 썰이 낫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공포


모든 게 싫어졌을 때 도망을 갔었다. 그러면서 하루종일 생각이 꼬리를 물고 걱정과 계획과 가정을 미친 듯이 해댔다. 10분이라는 버스를 타는 시간이 10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쳐있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머릿속에서 온갖 지랄삼바를 춰봤자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세상이란 완벽주의 탓으로 시작을 못한 이유도 있고 그냥 걱정이 많아서 막상 하려고 보니 걱정하는데 에너지를 다 써서 시도를 못한 것도 있다. 뭐 여러모로… 그냥 지쳐있었다.


100세 시대라고 하면 남은 시기가 최소 70... 앞으로도 한국에 있으면 여자에게 주어지는 나이 잣대는 더 심해질 거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체력과 정신력이 약해져서 타협을 하여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고 그렇다면,

어디든 그냥 한 발을 한번 내디뎌 볼까. 내 방식대로.

건실한 청년이 벌어먹고 산다는데 뭐 어떤가.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1년 전의 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만 그 무게와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 채로.


오랜만에 감기 몸살을 앓았다. 한 5년 전의 나는 아주 예민하고 건강이 안 좋았기에 별 일이 없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기 몸살을 자주 앓았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살이 갑자기 찌면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이 굉장히 좋아졌고 코로나나 어디서 얻어 오지 않는 한 감기 몸살은 걸리지 않았다.(그마저도 원래 1년에 5번 이상이었던 게 1번 할까 말까로 바뀜) 


그런 감기 몸살을 오랜만에 앓았다. 단순히 면역력 저하와 생각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로. 내 체력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예전이었으면 아마 일주일은 울며불며 물도 못 마셨을 거다. 지금은 하루 푹 자니 좀 머리는 무겁지만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할 정도는 되어서 운동 겸 씻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될 때도 있구먼. 퇴사를 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자소서만 주야장천 쓰고 남들에게 나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의 틀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런데 내게 일어난 사실 그 자체로도 공격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이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1년 동안 한 방향만 죽어라 팠으면 많이 팠다.

차라리 이젠,

뭐라도 다른 것을 해서 세상에 변화구를 던져볼 생각이었다.

영웅이 되겠다는 건 절대 아니고 내 작은 세상에 말이다.

정말 잘할 수 있는 일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없어 보이더라도 실업급여를 신청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더 구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말이다.


나는 정말, 이 브런치북 제목처럼

뭣 같은 인생을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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