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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30. 2024

10년째 인생 힘들다는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

제가 -것이라는 표현을 겁나 많이 쓴다는 것도 깨달음. 또썼네.

몸이 안 좋아서 밥을 먹고 일어나 보니 이 시간이네요, 기다려주신 분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두 브런치북 모두 최소한 오전/오후 중으로 올릴 수 있게 부지런히 해볼게요.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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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런치북이 벌써 30번째 글을 맞이했다.


오늘은 이 뭣 같은 인생을 살면서, 여러 브런치북과 글을 발행해 온 나를 돌아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이, 대부분 나의 글들은 아주 절망적인 마음에서 토해내고 게워내기 위해서 시작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나름 진정을 하고 또 그냥저냥 살아가는 내가 남아있어서 독기가 좀 빠져있는 상태로 컨셉이 붕괴가 된다.

얼레벌레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어제 '5년 취준 생존기'와 비슷하게 결국 삶이란 계속되고 나는 그저 살아갈 뿐이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없이 웅장하게 느껴지다가도 또 한없이 가볍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대학 입시를 실패했다면 재수를 하거나 낮은 대학에서 시작을 해도? 갑자기 지구가 폭발하지 않고. 만약 원하는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내 나이대에 안 맞게 취업이 안 되어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해도? 내 인생이 거기서 끝나버리지 않았고 지구는 여전히 태연하게 빙글빙글 돌았다.

작년 하반기 겨울에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면 정리해야 할 목록 중 이 브런치 계정도 있었다. 스무 살 이후로 나의 온갖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을 감사하게도 (불쌍해서든, 공감이 되어서든, 웃겨서든, 보자 보자 하고 봤든)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냅다 부슨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어 있었다. 이런 거 원래 알람 안 주고 몰래 줍니까? 하하버스도 아니고 나도 내가 에세이분야 크리에이터였는 줄 몰랐네 참나. 그러다 보니 애매한 책임감을 가진 나는 여전히 글이란 형태의 아무 찌꺼기를 퐁퐁 발행하고 있다.


발행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이야기를 씨부리고 투덜거릴 힘과 생명이 잔여해있다는 의미이다.


 에너지가 남아 돈다. 나는 원래 그 에너지를 모아서 큰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은 아니고 자잘하게 재미있는 일들을 벌려서 심심치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하아아--- 참, 이쯤 인생에 비관적이고 온갖 지랄도 해보고 난리 부르스 브레이크 댄스도 춰보니 그냥 나의 삶이란 독립적으로 흐르는 원자라는게 실감이 난다.


 어렵게 표현하긴 했는데, 나는 비교를 참 잘 하는 사람이다. 나중에는 내가 행복해지기보다는 상대방이 불행해지길 바랬다. 그러나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에게 그 굴곡의 크기와 종류와 시기가 달랐을 뿐, 하이라이트 장면이 계속되는 사람은 적었다. (불행히도 비극적인 장면이 계속되는 사람들은 간혹 긴 했는데 이 경우 본인이 불행이 익숙해서 계속 그것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반복이었다.)


내가 최근에 가장 부러워하는 친구 중 한명은 알고보니 어린 시절에 참으로 어렵게 살았더란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래서 대학생때 남들이 놀러다닐때 악착같이 천원, 2천원 아끼면서 알바를 하였고 돈을 모아서 지금은 내 주변에서 가장 좋은 기업에 다니고 차도 있다.


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적은 최근이 내 인생 중 처음이고 풍족하게 살았지만 불안정적 정신을 가졌던 부모님의 양육방식 덕에 겉보기에는 부티가 났지만 속은 곪아갔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지금은 직장 내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두명의 리더가 있던 작년(돈이 많았던)에 비해 훨씬 인간다운 사고 패턴과 일상, 건강한 자기 위안을 할 수 있다.


다른 친구는 직장이 어려워져서 나오게 되었다. 나에게 그의 3년이라는 경력은 참으로 부러웠다. 그리고 나는 최근에 여러 일자리나 일을 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에게 나는 이 장면으로 보이겠지만 브런치를 본 사람들은 아시다시피 내겐 1년이라는 정신적인 방황과 전 직장 트라우마 해소, 구직/경제난이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자신이 퇴사(해고에 가까운)하자마자 살 방도를 구한 사람처럼 보일 터였다.


이렇게 의미가 없다. 그냥 자기 인생이나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수습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줄 수 밖에.


그런 점에서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10여년전의 나에게 항상 감사한다. 글을 써서 생각을 표현하거나 더 깊게 들어갈 기회를 못 가졌더라면, 아무 생각 없이 당시에는 블루 오션이어서 아무나 작가가 되던 시기에 그냥 일기같은 웹툰을 올려놓았던 이 5분도 되지 않았던 시도가. 나의 인생의 여러 선택지와 방향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글을 썼기에 나는 기획으로 커리어가 바뀌었고 글을 썼기에 생각을 잘 정리하여 남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났고, 팟캐스트, 유튜브,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경험을 흡수했고, 재미난 경험을 했으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가장 큰 것은, '내가 별 생각 없이 시도한 무언가'가 나중에 판도를 바꿔버릴 정도의 힘이 있음을 실감했달까.


작은 취미라도 그놈의 '증'이 있어야하거나 스펙으로 써먹어야 하는 한국에서 나의 이야기는 통하진 않겠지만(내가 브런치를 어떻게 스펙으로 쓰겠는가, 여기에 욕 다 적혔는데) 그렇기에 나는 남들에게 아무거나 해보라고 잘 권한다. 이게, 참. 작아보일때 시도해야한다. 나중엔 점점 커보이니까.


지각해서 늦은중에 또 아무 글이나 썼네. 여튼 요즘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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