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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ug 21. 2024

낙오자라 불려도 사회를 포기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사회는 우리에게 ‘실패’라는 라벨링을 붙이기에 급급하지만.

제발 눈에 띄는 행동 좀 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늘 내게 빌듯이 했던 말이다. '눈에 띄지 마." "남들과 다른 선택 하지 마." 누가봐도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던 아이를 굳이굳이 미술학원에 넣고 피아노 학원, 발레 학원에 뒷덜미를 잡아서 끌고 가고 공부를 잘 한다던 여고에 억지로 집어넣었다. 누구보다 눈에 띄지 않고 착실한 모범생으로 살아온 둘에게 여고가서 바지를 입고, 크게 웃고, 틀려도 좋으니 손을 들어 발표를 하며 신이 나 있는 첫째딸은 버거웠을 터였다. 하필 둘째 아들은 자신들이 바라던 조용하고 착실하고 남들이 좋다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생이었을테니.


난 그 좁은 세상에서 외톨이었고, 거부당했다. "넌 우리 가족과 달라." 그러니 성인이 되어 발을 딛을때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숙했다. 어차피 어딜 가도 나를 싫어할테니, 날 받아주지 않을테니 나는 그럼 나대로 살겠다. 그랬다가 제발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고 빌면서, 나는 약을 겨우 먹고 가는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청춘을 즐기는 동기들을 썩은 눈으로 보았다. 미친듯이 공부했다가, 지원했다가, 합격했다가, 쫒겨났더니 나는 낙오자가 되어있었다.


그 쉬운 것도 못 버티는 요즘 젊은이라는 낙오자. 말이다.


뭐, 이쯤되면 브런치에서 500개의 글이 넘게 투덜거려왔으니 나의 모든 사정을 이해해달라고는 사회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운좋게 스트레이트로 취직이 된 애들과 몇번 취직을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나오게 되어서 서른이 되어가는 나이에 신입이 된 사람은 어차피 동일 선상에 던져진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같은 건실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귀합니까. 사회와 선배들이 못 써먹을 것들이라고 손가락질해도, 남들보다 덜한 월급을 받아도, 좋은 대학을 나왔음에도 어떻게든 사회에 들어가려고 이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숨을 쉬고 있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것만이 성공이다.


여러 일을 겪고, 직접 보면서 나는 남의 일처럼 중얼거렸다. "세상이 아무것도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너무하네." 한때는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인생이 펼쳐지는 것 같아서 달렸더니 이제 그것은 너무나도 아닌 일이 되었다. 1인분을 하려는 누군가의 마음은 너무나도 간절해서, 그저 먼저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권력을 지닌 이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현장으로, 옥상으로, 지하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우리 중에는 사회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사회는 우리는 비웃거나 낙오되었다고 포기했지만 말이다. 부조리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일자리와 자신의 업을 찾는 사람. 힘든 상황에서도 자리를 보전하며 경력을 쌓는 사람. 자신을 관리하며 다시 사회를 위해 공부와 노력을 하는 사람. 청년 자살율이 최대인 지금 살아서 밥을 먹으며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


존x 멋있다, 진짜.


하지만 덧붙인다.

쟤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쟤의 행복이 내 불행이 되지도 않는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편차는 커지고 그 편차를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23살의 자영업자 월수입 1억 이런거 보면...내도 힘들다. 그놈의 알고리즘. 난 그냥 고양이가 해피해피해피 하면서 걷는거랑 피자 만드는 게임 실황이나 보고싶은데. 다같이 그냥 열심히 살지 말자는 새로운 사회주의를 창시할 지경에 이른다. 근데 나는 레닌이나 잔다르크같은 영향력있고 실행력 쩌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이 좋은 위인이건 나쁜 위인이건 그냥 실행력만 생각했을때)


뭐 어쨌든.

분노만 적으려고 시작했던 이 브런치북은 이냥저냥 그렇게 끝났다.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한 임원 면접자가 내게 그랬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쓸데없는 방황의 시간을 살았다고. 그 상처와 분노로 이 브런치북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나도 안다.


당신도 어지간하게 그 회사에서 안 좋은 취급 당하는구나. 아직 어린 구직자에게나 우월감을 느끼며 인신공격할 일만 남은거지? 그 시간만을 기다린 없어보이는 곧 제2의 인생을 회사 밖에서 시작해야하는 면접관아...


확실한 것은 구직은 평생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뿐이었다. 돈을 미친듯이 모았거나 임원까지 간 사람이 아니라면 100세시대에 제2의 직업과 직장 혹은 할 일거리를 찾아야한다. 그것도 몸이 성할때. 몸이 성하지 않으면 일거리는 무슨 자신의 일상조차 도움을 받아야할테니 그 전에 부지런히 말이다.


물론 나는 사회구조가, 특히 한국의 구조가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한다. 능력주의는 냉소주의가 되어서 1인분을 못 하는 사람들을 어둠으로 내몰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에게 불친절하며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좋지 않게 보기도 한다.(솔직히 왜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겠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이 덜렁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절대적 을로 만들었다. 복지나 이런 것들이 당연히 우선적으로 바뀌어야하지만 안타깝게도 나같은 찌질이는 그냥 자신의 세상과 세계만이라도 일단 바꿔야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 브런치북에서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패했다고 불리는 청춘들이여 오늘도 밥 맛잇게 먹고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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