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냥 한 말이고 정확히는 그냥 저입니다. 님들은 행복하세요.
난 애매함이 좋다. 뭐 사람이란게 흑백논리로 모든걸 대하면 엄청나게 괴로워지니까. 별로 열심히 살고 싶지도, 잘 하고 싶지도 않았다.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다 잘나면 뭐 삶이 어떻게 될라고. 그냥 적당히 맛난거 먹고 살자...
하지만 뭐랄까, 애매하게 불행했고 애매하게 가난하지 않았던 것이 내 불행의 시초같았다.
우리 집은 정신병자들 투성이다만, 묘하게 가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거나 나쁘지 않게 돈을 벌어오던 양육자들이 있었으니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그래서 그들의 문제는 경제적인게 아닌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돈이 0가 되기 전까진 말이다.
나는 요즘도 계좌에 돈이 0일때나 소비를 멈추곤 한다. 이렇게 돈이 궁해본 적이 어릴 때 없어서, 힘들게 안 커서, 애매하게 스스로를 달래다보니 의외로 내 밑바닥은 정말 한없이 밑바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모든게 애매했던게 나의 불행의 시초같았다. 딱히 열정은 없었지만, 누구보다 잘하고는 싶었고, 그러면 그냥 타협을 찾아서 애매,하게, 적당한 결과를 내왔다. 돈이 많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고 다이어트는 거의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했다.
그러다보니 그 모든게 애매한 사람이 되어, 삶에 겨우 부유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내가 정신을 퍼뜩 차렸으면 좋았을까? 더 어렸을 때 무언가를 겪어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러면 지금처럼 몇번이고 0로 회귀해서 다시 시작하는 생활은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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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나오는, 혹은 어딘가에서 자주 나오는 정신을 퍼뜩 차려서 엄청난 것들을 이룬 사람들. 혹은 예전부터 가진게 많았던 사람들.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은 삶에서 어떤 것을 얻어가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