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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Oct 16. 2021

그리고 전화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2006년 6월 여름 초입


싱그러운 20대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났다  이어집니다.


오랫동안 그리고 바랬었던, 그러다가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그를 친구의 결혼식에서 보고 난 뒤 살짝 설레는 마음이 밀려왔다. 하지만 처음의 순백의 설렘은 아니었다. 만남과 이별이 남긴 것은, 설렌다고 좋아한다고 바란다고 가질 수 없는 것이 관계라는 것, 그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사람의 마음은 노력과 바람과 상관없이 주어지기도 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의 반대가 이별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가 거주하는 곳 근처만 지나가도 생각났다. 전화하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리고 폰을 만지작만지작하다 다시 호주머니로 집어넣었다. 왜 전화를 하겠다고 하지 않고 전화하라고 한 걸까, 무심히 던진 말일 수 있는데 나는 심각했다. 전화를 기다리지 않을 그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쉬이 손이 가지 않는 폰의 그의 번호는 그렇게 한 달 동안 잠자고 있었다.


여보세요


무슨 용기였을까. 어느새 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다. 그리고는 한 시간을 통화했다. 그간 있었던 일, 삶과 연애에 대한 생각도 나눴다.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관계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한 일, 사람의 마음을 얻고 유지해 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 사람 간 관계, 연인 간 관계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린 둘 다 지난 1년은 깨져버린 연인과의 관계를 겪으며 조심스럽고 소심한 자세를 갖게 된 듯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자고. 호감은 있지만 교제를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났다.



조금씩 하나씩 쌓아간다는 것, 그날 우리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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