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저의 전공은 광고디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주변에 너무 잘 그리는 동기들로 인해 일찌감치 손 그림을 접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디자인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 당시 손 그림은 나에게 ‘아, 나는 그림 그리기 부족한 사람이구나.’를 일깨워주는 자격지심의 무엇이었습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학창 시절 수채화와의 첫 만남, 첫인상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나를 그려보겠다고? 흥!’ 하는 듯한 수채화의 불친절함에 기가 죽었는데, 바로 물. 크레용이나 색연필과는 달리 제멋대로 흐르고 번지는 물이 까다롭기 그지없었습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중학교에서도 만나게 된 수채화. 사생대회로 접하게 된 수채화는 여전히 불친절한 그대로였습니다. 그런 수채화에게 나도 일침을 가했습니다. 물과 무관할 정도의 텁텁함으로 치덕치덕 물감을 발라 유화와 같은 불투명함으로 대응하였죠.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그림으로 장려상?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