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케이 Sep 10. 2018

소심도치 3화 - 얼음




내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요 


그럼 소심해지지 않아요.





또 하나의 이야기 



그 날이 왔습니다


남 앞에 죽도록 서기 싫은데, 

피치 못하게 남 앞에 서야 할 때 번번히 실패를 했습니다. 

의지 부족, 연습 부족, 능력 부족. 

그런데 저는 참 소심한 결론을 냈습니다. 

천부적인 부끄럼쟁이 기질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으로. 


그리고 그 날이 왔어요. 

날 쏙 빼 닮은 딸아이가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날, 바로 유치원 학예회 날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부끄러워하는 내 아이를 상상하며 미리 감정을 다독이기까지 했어요.

아이가 울면 어쩌나, 달려나갈 동선까지 미리 짜두었지요. 


하지만 커튼이 열리고, 예상과는 달리 맨 앞줄 정 중앙에 내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큰 목소리를 내며 동작 하나하나를 즐기고 있었어요. 

저는 동영상 촬영을 멈췄습니다. 핸드폰에 담을 게 아니었어요. 


그 장면을 온전히 제 눈에, 제 마음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어린 시절의 날 빗대어 못할 거라고 걱정했던 우려의 마음을 지우는 지우개로 쓰려고요.

혼자서 짬짬이 연습을 하고 있었던 아이를 보고서도 믿지 못했던 

엄마의 나약함을 혼내주는 꿀밤으로 쓰려고요. 


좋아하면 할 수 있다는 것, 연습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50개월의 작은 내 아이가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전 03화 소심도치 2화 - 거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