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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May 06. 2019

익어간다는 것

꼭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푸릇푸릇하고 아직은 단단한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떨어질 생각 없이
고개를 높이 들고서 따가운 태양에게도 지지 않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떫은맛의 익지 않은 열매가 지나면

 

짙은 색의 말랑말랑한
고개를 숙이고서 따가운 태양을 피해보고
비바람에 흔들흔들거리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에 옮겨지기도 한
그런 열매가 되어가는
그런 익어가는 때가 누구에게나 온다

 

언제부턴가 내게도 그 익어가는 시간이 오면서
푸릇푸릇하고 단단하게 고집을 부리던 내게도
말랑말랑 부드러워지는 딱 좋은 익음이 찾아온다.

 
한 때는 그랬다
내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누군가 내게 잘못했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마치 나무 위에서 그 누구보다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는 열매처럼

그러나
어느덧 내가 익어가는 요즘

한 치 앞의 터무니없는 내 욕심보다
코 앞의 부질없는 내 고집보다

서너 치 더 멀리 누군가를 위한 배려를 볼 줄 알고
둘러둘러보아야 보이는 이해라는 것을 둘러가서 보기도 하고
너의 행복을 통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나는 그렇게 익어가고
욕심과 고집 속에 갇혀 홀로 떨어지는 열매가 아니라
탐스럽다 탐스럽다 감탄하는 그런 열매
나는 그렇게 속 깊이 진하고 달콤한 가치 있는 열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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