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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Jul 22. 2019

적당한 어른

내일은 또 얼마나 어른이 될까

어른이 되면


엄마의 잔소리가 없을테니까

먹고픈걸 마음껏먹고

가고픈곳을 마음껏가고

술도 마시고

사랑도 하고

키 크고 늘씬하게 멋도 부리고

멋진 회사에서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그렇게 살고

내 멋대로 할 수 있을테니까



몰랐다

그 모든것에

그만한 이유가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것



또 몰랐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않는단 것

뜻대로 되지않아도 그래도 결국

내가 짊어져야 할 내 삶이란 걸



엄마의 잔소리가 없겠거니 했지만

가장 큰 내 착오였고

매만 들지 않았을 뿐

매보다 더 아픈 더 짙고 깊은 것들이

종아리 위가 아닌 가슴 위에 박혔고


먹고픈거 맘대로 먹자하니

갖춘것도 없는데 몸둥이라도 예뻐지자싶었고


가고픈 곳 마음껏 가자니

어찌나 멀리도 가고픈지

보는게 많아지면서 고작 아빠차를 타고

가던 그 곳을 다시 가고팠던 그때와달리

아빠가 운전 할 수 없는 비행기를 타고 가고싶었고


술 마시는 어른들이 그리도 특별해보이더니

왜 빈 마음을 채울때인지

왜 잊고 잠들고플때인지

왜 가슴먹먹해질때인지

그들이 비틀대며 깔깔웃던모습이 기쁨이 아니라

헛헛함을 아닌척하기 위해 마시던 이 쓰디쓴것이었는지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 달콤한 장면만 가득할 것 같던 사랑은

왜 늘 알 수 없는 마음들을 쌓고 나 마저 내가 아니게 만드는지

단순히 손을 잡고 안아보는것이 사랑하는것에 가장 달콤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내가 꿈궈온 그 꿈을

어쩌면 만날수없을거라고

어떤 소속의 누가아닌

나 혼자 나 스스로 일을 해나가며

살아야할수도 있을거라 누가 말해줬다면 조금이나마 괜찮았을까



몰랐다

그런데 분명한건 어른이 좋다


엄마의 잔소리에 다시금 생각해보고

내가 내 목소리로 당신을 설득할수있고 내 생각에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먹고픈걸 좀 참으며 아름다움을 가꿔보기도 하고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다


가보고픈 곳을 어디든 언제든 갈수있으면 좋겠지만

그 중 한 곳은 꼭 가보고있다

태어나 처음 가본 곳을

머리속에만 있던 곳을 내가 찾아가 내 눈앞에 놓여있는 곳을 바라볼수있게 되었고


내가 나를 위로할때

내가 너를 위로할때

우리를 위할때 언제든

쓴 술이든 단 술이든

술 맛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가슴을 맞추어가는 일이

내가 그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

어렵지만 적절한 온도와 기다림으로 사랑스럽게 성숙하게 맞춰가는 연애가 있는 지금이 있고


내가 그려온 꿈의 초상화는 아니지만

조금 더 잘 그려보려고 아껴두었던 다른 종이를 꺼내어

이제는 먼 꿈이 아니라 내일이면 내가 세상에 보여줄 계획을 그리곤한다.



물론 내일이 어떨지

또 지금만큼 시간이 지나면 그땐

어떨지 모르지만

적당한 어른의 지금이

현실 속에 살면서 가능한 꿈의 옵션을 지정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적당한 어른인 내가 충분하게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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