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땡땡 Nov 17. 2019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잃는 것에 대한 무감각을 멈추어야 했다

누구보다 자신감이 충만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나를 믿어주는 나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같은 스타트 선 위에서 출발을 기다리면서도

가슴이 뛰지 않았고

되려 가슴이 내려앉을 만큼 무서웠다

열심히 달리는 그들 사이에서 넘어지지만 않으려고

딱 그만큼만 하는 내가 있었고

이번에도 나는 단연 순위권에는 들지 못할 거라 미리 생각하고

뛰었다


부푼 마음으로 미끼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텅 빈 마음으로 빈 낚싯대나 다름없는 것을 보낸다

하나둘씩 올라오는 물고기들은 더 이상 부럽지 않았고

감감무소식인 내 낚싯대를 다시 들어 올려 그 자리 그대로인

미끼의 모습에 아무렇지 않은 내가 있었다


속상해하며 왜 그럴까 고민하던 시간을 지나

아쉬움 조차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간까지 어느새 내가 달려왔다


아침의 햇빛이 아침의 북적임이 아침의 분주함이 싫어지기 시작했고

밤의 달빛이 밤의 고요함이 밤의 한적함이 나를 숨 쉴 수 있게 했다

이유 없는 서러움은 그 고요한 밤마다 찾아와 아주 작게 남아있던

내 자존심을 후비고 후벼 파 목구멍을 따끔따끔하게 만들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니 소리를 내며 소통하는 것에 의미를 잃어갔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내 미래에 대해 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소개하는 것에

볼륨을 낮추어 힘을 잃어갔고 더 이상 그 얘기는 소리 내어 밖으로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쉴 자격은 결코 없다고 생각해 하루하루 소리 없이 할 일을 하며 보내었지만

고작 쉼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 삶이 필요했기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뛸 의지도 없는 트랙 위에 서 있는 것

움직임도 없는 낚싯대에 아쉬움 조차 잊고 있는 것

사는 것 같지 않은 어딘지도 모를 이 곳에 덩그러니 와 있는 나를 보고

이제까지의 시간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가방을 골라 나조차 낯설던 나를 꾸역꾸역 눌러 담고

여기서 가장 먼 곳에서 헤어질 생각이다

뿔뿔이 흩어진 나를 찾아 다시 담아와야 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가장 사랑하던 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있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직접 떠나기로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일, 나를 찾는 일


그 일이 이루어졌다면

뜨거운 트랙 위를 신나게 달리는 일이 

올라오지 않는 낚싯대에 아쉬움 가득 더 가까이 몰입하는 일이

다시 내게 찾아올 거다.

이전 18화 소리 없는 아우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