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요동치는 베를린입니다.
전시관의 육중한 문을 열어젖히니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지하수 냄새가 살짝 섞인 공간은 칙칙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비명 같은 경첩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혔다. 공간에는 칙칙한 어둠과 적막이 남아 있었다. 작은 바람소리마저 진동하는 이 곳엔, 가늠할 수도 없는 높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한줄기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공간에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막 속에 휩싸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무슨 규칙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누구도 침묵을 지키며 하늘만 바라보았다.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데 누구도 나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공간에는 바람이 맴도는 소리만이 공간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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