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하지 않고 있다. SNS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화려하지만 어지럽고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듯 보이지만 공허하다. 나는 사진도 잘 찍지 않는데,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사진 먼저 찍고 보는 지금의 문화가 나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진짜’의 자연스러운 경험을 놓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살아있는 느낌과 감정보다 사진 속에 찍힐 나의 꾸며지고 ‘고정’된 모습이 더 의식되고 존중받고 있다는 억울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사진을 찍기 위한 연출 과정에서 살아 있는 나는 언제나 소외받는 느낌을 느낀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올레길 산책을 하다 보면 많은 관광객들이 마치 정해진 각본이 있어 미리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빵과 음료를 구입한 후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올레길 산책로 적당한 곳에 구입한 빵과 음료를 적절하게 배치한 후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너무나도 흔하고 익숙한 이 풍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SNS라는 거대하고 매력적인 괴물에 의해 우리들의 행동이 프로그램화되고 있어서, 결국 언젠가는 우리 모두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삶이 똑같아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똑같은 삶은...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재미가 없고 의미도 없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삶을 따라하고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결국에 우리는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냥 모두가 부러워하고 걷고 싶어 하는 멋있고 아름답고 정말 행복해 ‘보이는’ 그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SNS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화려한 사진과 글들에 압도되어 자기도 모르게 그곳 어딘가로 이끌려 가는 것이다. 사진과 글을 통해 보여지는 타인의 피상적인 삶의 모습을 무비판적으로 동경하고 모방하는 것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SNS는 자신의 내면이 아닌 눈앞에 보여지는 외부로 시선을 돌리도록 끊임없이 재촉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지마저 잃어버리게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자기다움’을 탐구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SNS에 의존해서는 스스로의 진정한 욕망과 소망에 다가설 수 없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소망이 충족될 수 있는, 자신의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고 갈망하고 있는, 자신에게 적합하고 자신에게만 어울리는, 그런 삶을 디자인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는 이미 우리 안에 있기에 무언가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중독적인 SNS의 세계에서 나와 ‘자기 신뢰의 능력’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세심하게 살피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세상의 편견과 기준의 잣대를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욕망과 소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길 바라며 그 길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삶에 있어서 절대성과 고정성을 거부하고 내가 가진 창조적 능력을 마음껏 실험하면서 매 순간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직접’ 알아가야 하고 자신의 삶을 ‘직접’ 살아내야 한다.
나는 나로서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내가 가는 길을 내가 직접 만들고 내가 직접 걸어가고 싶다. 나는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부러워하거나 어설프게 허수아비처럼 그들의 삶을 흉내 내며 살고 싶지 않다. 나의 삶을 인위적으로 멋지게 포장하여 자랑하고 뽐내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고 싶지도 않다. 포장지를 두르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나의 알맹이 상태 그대로 365일 24시간 존재하고 싶고, 그 모습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 사진을 찍어 자랑하고 싶을 만큼 멋있고 예쁘게 보이지 않는, 하찮고 사소하고 남루해 보일지도 모르는 일상의 순간들도 하나도 버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있는 힘껏 즐겁게 최대한의 행복으로 맞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그 모든 순간들은 나만을 위한 나의 순간들이기에 그 자체로 의미가 깊고 가치가 있음을 늘 기억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SNS 세계 속에서 활약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 모두와 소통하지 않아도, SNS에 꼭 속해있지 않아도 괜찮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아도, 사람들과 다른 모습으로 지내도, 사람들과 다른 방향과 다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도 다 괜찮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언제나 중요할 따름이다.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나에 의해 언제나 존중받고 환영받기를. 나의 모든 순간에 내가 있기를. 매 순간 나로 살아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