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현존

by 읽고 쓰는 삶

나는 선택한다. 고로 나는 현재에 존재한다.


생각은 언제나 과거를 향한다. 생각은 곧 기억을 회상하여 현재에 과거를 되풀이하는 일이자 기억의 파편들을 엮어 만드는 익숙하여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주 낡고 진부하고 재미없는 옛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과거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아주 비생산적이며 무의미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에 속한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살피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우리는 새로움을 창조하는 일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이고 사고의 수동성이 극대화될 것이며 결국 지금 여기 현재에 존재하는 능력 또한 상실될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생각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자동적으로 무작위로 산만하게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과 이것들을 연결하는 무의식적인 프레임의 해석 결과를 말한다.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다뤄야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떠오르는 과거를 마주할 때마다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이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러한 과거 지향적 생각들로부터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로써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사고하는 인간이자 의미를 창조하는 주체적 인간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미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과거에 대해 좋은 추억을 내면에 깊이 간직한 사람들은 좋은 느낌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순간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성장의 지점을 마련해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불쾌하고 충격적으로 기억되는 과거의 모습은 보다 더 많이 의식으로 튀어나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주의와 관심을 갈구한다. 이것에 집중할 때 우리는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하고 스스로를 지옥에 가두는 가혹한 형벌에 처하게 된다. 제멋대로 떠오르는 생각은 결코 우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나는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를 내려 보지도 않고 생각이라는 것의 실체를 알지도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을 지식인과 뗄 수 없는 한 면모로써 여기며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세뇌를 시켜왔다. 그러다가 생각병에 걸렸고 더 나아가 우울증으로 고통받게 됐으며 스스로가 만든 그 단단한 생각의 쇠사슬을 풀기 위해 극심한 고생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생각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어서 환상과도 같은 순간적인 희망과 이미지를 품게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려 더 이상 쓸모없게 된 낡은 어떤 것이라는 사실이다. 생각이 떠오를 때 스스로 자문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이 생각은 무엇인가. 계속되는 의문 속에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생각은 과거다. 그래서 나는 이제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처럼 상상도 마찬가지로 현재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현재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나를 살아있도록 하지만, 생각이 항상 과거를 향하듯이 상상은 언제나 미래를 향한다. 상상하는 동안 나는 현재에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결핍을 의식하게 됨으로써 나로부터 현재를 앗아간다. 상상은 현재로부터 도망침으로써 실존의 힘을 상실하게 만드는 수단인 것이다.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스스로 현존의 진정한 삶의 순간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으며, 모순적이게도 이에 따라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더 멀리 달아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은 현재에 있으며, 생각과 상상으로는 우리가 현재의 움직임 속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음껏 조정하며 삶의 궤도와 방향을 만들어나갈 수 없다.


우리는 생각과 상상이 아니라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언제나 나를 현재에 존재하도록 하며, 현재에 있는 나라는 존재는 선택이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비로소 뚜렷하게 의식될 수 있다. 과거와 미래가 현재라는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앞뒤를 가리키며 멈춰있는 고정성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재에는 움직임과 변화의 속성이 담겨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현재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고 선택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능동적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인 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나는 선택한다. 고로 나는 현재에 존재한다.' 우리는 선택이라는 능동적 행위를 통해 지금 여기 현재에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다.


생각하는 일과 상상하는 일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강조되고 있는데, 과연 생각과 상상이라는 행위의 정확한 의미와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의문스럽다. 나 또한 쉽지 않은 길을 돌고 돌아 도달하게 된 결론이므로.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하며 존재를 느끼고 살아간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행위가 아닌 '선택하는 행위'가 그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체가 뚜렷한 생동감 넘치는 자유와 성장의 능동적 움직임이며 우리를 진정한 삶(살아 있음) 속으로 데려다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