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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영화와 불친절한 편집자

by 디에디트랩

교실 안 공기가 묘하게 긴장됐다.


그때였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도 어떤 원칙이 있나?"


질문이 던져진 순간, 모든 시선이 돈에게로 향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 돈 캠번은 나의 지도교수였다. 그는 『이지 라이더』(1969)와 『로맨싱 더 스톤』(1984)을 편집한 전설적인 편집자였고, 학교에서 우리에게 편집을 가르쳤다. 어느 수업 시간이었을까. 우리는 월터 머치가 그의 책에서 말한 Rule of Six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편집자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편집의 원칙이다.


돈이 잠시 생각한다. 그의 손가락이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연다.


"난 편집에 원칙이 없다. 다만…."


말을 멈춘다.


"…. 이건 지키려고 한다. Don't bore, don't confuse."


그 짧은 문장이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줬다. 더럭 소름이 돋았다.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는 가르침이다.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반 스케치에 관심이 있어서 혼자 이런저런 영상을 찾아보던 중이었다. 반드시 모든 공간을 채워야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 공간을 두고, 보는 사람이 마음속에서 그 공간을 채우게 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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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편집 | <할리우드로 출근합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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