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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환 Nov 02. 2019

에디터와 어시스턴트 에디터

편집에는 에디터와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있습니다. 어시스턴트(Assistant),  그러니까 "보조"라는 말에 집착하여 어시스턴트 에디터(Assistant editor)는 그냥 심부름이나 하는 정도라고 인식되는 나머지 모두가 무조건  에디터(Editor)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힐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보조는 정말 '보조'에 불과하며, 물이나 나르는 존재로까지 인식되는 경우엔 더 심하죠.


미국에서 어시스턴트 에디터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됩니다. 평생 어시스턴트 에디터로만 일하기를 택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많이 볼 수 있죠. 예를  들어, 촬영 쪽에서보면, 우리나라에서야 1st AC나 포커스 풀러 같은 일은 촬영감독으로 올라가기 위한 그저  '지나가는' 단계로 인식되는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포커스 풀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촬영 감독이라는 직책이 '최종 단계'로 인식되는 게 아니라, 모든 일이 각자의 고유한 직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에디터와 달리 어시스턴트 에디터는 좀 더 테크니컬 한 쪽의 업무를 더 맡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자신의 적성이 맞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엔 굳이 에디터가 되지 않고 어시스턴트 에디터로만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이곳 표현으로 Career Assistant Editor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어쨌든 편집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결국엔 에디터가 되고자 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는 것은 대부분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죠. 실제 어시스턴트 에디터를 거쳐 에디터로 옮겨간 사람들은 그 둘의 차이를 뭐라고 느낄까? 친구들 몇몇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Editor로 일할 때와 Assistant Editor로 일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브라이언 웨셀 Brian Wessel

- 미드 "뱀파이어 다이어리" "타이탄스" "둠 패트롤"  as Editor

- 미드 "킬링" as Assistant Editor


"내가  느낀 에디터로서 일하는 것과 어시스턴트 에디터로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스트레스이다.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할 땐 언제나 스트레스가 있다. 이 에피소드 데일리스(Dailies)를 받아서 정리하는 동시에 에디터가  이전 에피소드 픽쳐 락(Picture Lock)을 하는 걸 도와야 하고, 그와 동시에 그 전전 에피소드의 VFX가 VFX 업체에서 오면 그걸 확인하고 피드백을 해야 하기도 한다.


이게 딱 들으면 굉장히 정신없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규칙적인 리듬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리듬에 익숙해지면 일이 비교적 일정하게 된다. 아침 9:30에 출근해서 저녁 7시가 되면 별 일 없이 퇴근하게 되는 거다. 물론 데드라인이 가까워지거나 아웃풋을 해야 할 때가 되면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긴 하다. 프로젝트마다 좀 더 힘든 프로젝트도 있고, 좀 쉬운 프로젝트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이런 식이다. 중요한 부분은 집에까지 가서 일하지 않는다는 거다. 저녁에 편집실 문을 나서면 일이 끝난다. 프로듀서나 동료에게서 이메일이 와서 대답을 해야 할  때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퇴근하면 내 일이 끝난다는 거다. 


에디터가 되면 딱 그 반대가 된다. 시시때때로 언제나 내가 맡은 에피소드를 어떻게 편집할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 그런 꿈도 꾸게 될 거다. 어떻게 하면 이 신을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때로는 집에서 편집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 내 경우엔  가끔 주말에 한두 시간 정도 편집하기도 한다. 안절부절 고민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집에서 편집을 좀 해버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카스텐 커파넥Carsten Kurpanek

- 영화 "에코( Earth to Echo)" "람보 5: 라스트 블러드 (Rambo: Last Blood)" as Editor

- 영화 "월드 워 Z(World War Z)"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as Assistant Editor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바뀌는 것 같다. 에디터가 되면 정보를 받는 쪽보다는 정보를 주는 쪽이 된다. 그리고,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놓치지 않게 도와주고, 또 일의 분배를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당연히  에디터가 되면 크리에이티브한 쪽으로 더 많이 관여하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따라서 "자기"가 그 작품에 더 많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그 작품에 더 많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어시스턴트 에디터일 때는 그 작품의 성공 여부가 그리 상관이  없지만, 에디터가 되면 당연히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면서, 영화를 가지고 벌어지는 내부에서의 정치 문제를 겪는 건 좋은 경험이었다. World War Z와  Money Monster 두 작품 모두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당시 Matt(Matt Chesse, 에디터. "머니 몬스터"  "월드 워 Z"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을 편집했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핸들링 하지는 옆에서 보는 건 아주 유익한  일이었다. 


난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있다가 에디터로 일을 다소 좀 빨리 시작한 편인 것 같다. 때론 큰 영화에서 1st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면서 스튜디오 사람들과 좀 더 관계를 많이 쌓았으면 할 걸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에 그때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여전히 World War Z 재촬영에 2nd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는 것보다, 내 첫 영화를  편집하는 기회를 택할 거다"


프란시스 뮬러 Franzis Muller

- 미드 "에메랄드 시티(Emerald City)" "아메리칸 크리임 스토리(American Crime Story)" as Assistant Editor

- 미드 "포즈(Pose)" "9-1-1" as Editor


"일단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간다. 에디터로서 제시간에 일을 끝내야 하고, 효율적이고, 동시에 좋은 퀄리티를 이끌어 내야 하는 요구가  더 커지는 거다. 놀랄 것도 없다. 알고 있던 일이고, 직접 그걸 겪으면서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하는 일을 더 고맙게  여기게 되었다. 


'스크림  퀸즈'에서 에디터로 있던 몇 달간 자유시간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 집엔 그저 자러 갔을 뿐이다. 데드라인이 당겨지는 탓에 며칠은 밤샘도 했었다. 게다가 주말에 여러 번 일을 했고, 심지어는 집에서까지 일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건 '스크림  퀸즈'의 당시 스케줄 때문에 그랬던 거니까 모든 에디터들이 나처럼 일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의 변화가 내겐 아마 가장 힘들었던 일이다. 난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서 감독들이나 프로듀서들과 얘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좀 힘들었다. 나 스스로의 껍질에서 벗어나 내 의견을 말하고, 또 그걸 이해시켜야 했다. 첫 에피소드를 편집하는 동안 이 부분  때문에 특히 고생을 하고 나서,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좀 더 나아졌다.


이건  뭔가 준비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거 같다. 그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할 일이다. 모든 직업은 각자 다 그 나름대로  다르고, 또 우리는 그에 따라서 얼른 적응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점에서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는 그 시간이 무척 소중 할 수 있다.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는 동안에 옆에서 보고 이 모든 걸 미리  배우는 거다. 그렇게 그동안 배운 수많은 작은 것들이 나중에 내가 직접 에디터가 되었을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놀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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