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은 욕망이 이야기를 만든다
당신의 욕망은 어떤 콘텐츠를 꿈꾸는가
― 말하고 싶은 욕망이 이야기를 만든다
1. 욕망은 언제나 이야기를 찾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갑니다.
다만 그것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가, 아니면 평생 마음속에만 묻어두는가의 차이일 뿐이죠.
콘텐츠의 본질은 기술이 아닙니다.
화려한 장비도, 거대한 플랫폼도 아닙니다.
콘텐츠를 움직이는 단 하나의 힘, 그것은 욕망입니다.
사람은 ‘말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하고 싶은 마음이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콘텐츠가 됩니다.
누군가는 일상의 조각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누군가는 밤마다 노트에 적은 문장을 모아 책을 냅니다.
또 다른 이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 자신이 사랑하는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모두의 출발점은 같습니다.
“내 안의 욕망이 나를 움직였다.”
라디오의 시작도 그랬습니다.
방송이 국가의 통제 아래 있던 시대에도, 젊은이들은 검열을 거부하고 바다 위에서 해적방송을 감행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그 단순한 욕망이 그들을 움직였고, 결국 세상을 흔들었습니다.
1960년대 영국.
영국과 서유럽 사이 공해 위의 배, 아미고(Mi Amigo)호에서 라디오 캐롤라인(Radio Caroline)의 전파가 퍼져 나갔습니다. 당시 BBC 라디오는 하루 45분만 대중음악을 틀 수 있었죠. 젊은이들은 미국의 로큰롤을 듣고 싶어 했지만, 국가는 ‘저급하다’는 이유로 막았습니다. 그 45분이 너무 짧았던 젊은이들은 결국 자신들만의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노래를 송출했습니다.
젊음의 욕망은 바다를 건너 세상을 흔들었죠.
그들의 이야기는 훗날 영화 〈락앤롤 보트(The Boat That Rocked)〉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들이 외친 한마디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습니다.
“규칙은 따르지 말고, 음악을 따르라.”
그것은 결국 하나의 선언이었습니다.
“우리가 진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2. 어린 시절, 마을방송이 나의 첫 무대였다
돌이켜보면, 나의 콘텐츠 인생도 작은 마이크 하나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국가가 마을마다 ‘멸공소년단’을 조직하던 때였습니다.
나는 ‘금상리 멸공소년단장’이었죠.
매주 일요일 새벽 여섯 시, 졸린 눈을 비비며 마을 이장댁 문을 두드렸습니다.
안방 한켠 캐비닛 속 은색 앰프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조용히 숨을 고르던 그 순간.
“아, 아! 마이크 시험 중.”
이장댁 앞 가죽나무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내 목소리가 골목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새벽 공기를 흔드는 그 울림이 참 묘하게 다가왔습니다.
“원금상 새마을 멸공소년단원 여러분께 알립니다.
오늘은 마을 청소의 날입니다.
모두 빗자루를 들고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청소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어른들이 말했습니다.
“방송 잘하더라.”
그 한마디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안내 방송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가 닿는 경험’.
그게 저의 첫 무대였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는 책상 위 조그만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밤마다 라디오 속 따뜻한 목소리가 속삭였죠.
“오늘도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저는 그 문장에 끌렸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디오 PD가 된 지금, 그 시절의 마음으로 다시 마이크를 잡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카트린 본가르트의 소설 『라디오 스타』 속 주인공 로코를 떠올리게 합니다.
해적방송 ‘프리 스테이션’의 멤버가 된 로코는 세상이 듣지 않던 진짜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그의 방송은 서툴고 불완전했지만, 진심이 있었습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말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였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꿈꾸던 그 시절, 목소리 하나로 사람과 사람을 잇던 시대의 기억은
지금도 제 마음 한쪽 서랍에 남아 있습니다.
3. 욕망을 어떻게 프로듀싱할 것인가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기술의 장벽은 사라졌고,블로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팟캐스트가 새로운 무대가 되었죠.
하지만 진짜 프로듀싱은 단순히 채널을 여는 일이 아닙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내 욕망을 어떻게 브랜딩할 것인가.’
유행을 좇으면 오래가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정말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이 콘텐츠를 만드는가?”
20–30대라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고 싶은 욕망이 콘텐츠가 됩니다.
40–50대라면, 살아온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욕망이 이야기가 되겠죠.
어떤 욕망이든 부끄럽지 않습니다. 욕망은 창작의 에너지입니다.
억누르면 왜곡되고, 인정하면 동력이 됩니다.
‘책으로 나를 프로듀싱한다’는 건 그 욕망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일입니다.
나는 누구인지, 왜 말하고 싶은지, 어떤 목소리로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지를 묻는 일이죠.
오늘,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20–30대라면, 그건 아마 세상일 겁니다.
나만의 색깔, 나만의 말투, 나만의 세계를 담은 ‘나의 채널’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죠.
40–50대라면, 그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자녀일 수도, 후배일 수도, 혹은 미래 세대일 수도 있겠죠.
당신의 욕망은 어떤 콘텐츠를 꿈꾸고 있나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 누구에게 닿기를 바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