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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책읽기에 나섰을까

독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만든다

by pdcafe

세계는 왜 책읽기에 나섰을까?

-독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만든다


지금 세계는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확충하고, 독서 교육을 시행하고, 국가적 독서 캠페인을 운영하지요.

하지만 독서 장려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언제나 제도보다 ‘사람의 마음’입니다.

김유열 EBS 사장은 SNS에 올린 칼럼 「책 읽지 않는 사회의 비극」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서율은 한 사회의 성숙도이자 민주주의의 척도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의 의식이 현실의 구조에 갇혀버린다고 말합니다.

취임 후 독서 진흥 다큐를 꾸준히 제작했음에도 독서만큼은 성과보다 절망감이 앞선다고 고백했지요.

입시와 자격시험이 만든 ‘읽기의 착시’ 때문에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들이 책을 읽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세계관을 넓히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경험인데, 그 본질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정교한 독서 정책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런가하면 캐나다 CBC 라디오의 ‘캐나다 리즈(Canad Reada)’는 읽고 싶은 콘텐츠 소개와 참여의 재미를 중심에 놓아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제도가 다리를 놓을 수는 있지만, 다리를 건너는 독서행동은 마음이 움직일 때 시작됩니다.

저 역시 ‘책읽는청주’를 처음 기획했을 때 제도가 변화의 핵심이라고 믿었습니다.

예산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선정도서를 배포하면 도시 전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실제로 독서를 시작한 시민은 눈에 띄게 늘었고 일부 선정도서는 판매 부수가 의미있게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꿈꿨던 풍경, 도시의 일상 곳곳에서 책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배포된 책의 권 수만큼만 정확히 읽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깊게 고민했습니다.

“독서행동이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책만으로는 독서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독서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 깨달음은 2024년 리딩코리아 선정도서였던 김승섭 교수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서경식 교수의 한 문장에서 뒤늦게 독서의 본질을 이해했다고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에서 말합니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교양은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다.”


평생 책을 소개해온 사람의 이 고백은 제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독서는 결국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그 고통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2022년 리딩코리아가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를 선정한 이유도 같았습니다.

책을 ‘사건’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으로 읽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노명우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며, “이 책을 읽어주는 일이 저자들이 계속 연구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쓴 김승섭 교수 또한 “독자들이 저를 지켜주셨다”고 고백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누군가의 삶을 지지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캠페인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나누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읽고, 토론하고, 공유하는 ‘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금희, 정재승, 이권우, 박혜진, 김겨울, 안광복, 노명우 등 독자들이 사랑하는 독서가들의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SNS에는 리딩코리아를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선정도서를 주문했다는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독서를 ‘경험’하게 했을 때 비로소 독서 행동이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계의 독서정책을 살펴봐도 결론은 같습니다.

제도는 기반일 뿐 중심이 아닙니다.

독서를 지속시키는 힘은 자발적 참여, 공동체적 경험, 감동, 공감에서 나옵니다.

독서는 ‘의무’가 아니라 삶과 연결되는 ‘경험’입니다.

책이 내 마음을 흔드는 순간, 독서는 비로소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훌륭한 정책도, 핀란드의 독서 교육도, 캐나다 리즈의 성공도 결국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독서 장려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책은 독자의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열립니다.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책을 읽나요?

지식을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위해서인가요.

혹시 누군가 권한 책을 읽기 싫었던 경험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만약 당신이 독서캠페인을 만든다면, 제도보다 어떤 경험을 먼저 설계하고 싶나요?

당신은 최근 누군가의 고통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마음을 움직인 그 책은 어떤 책이었나요?

책읽기는 마음이 깨어나는 순간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지지하는 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어떤 경험을 할 때 책을 읽고 싶어졌을까?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떻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까?”

독서를 시작하게 하는 힘은 결국, 바로 당신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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