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거북이 Apr 05. 2020

나이 39에 박사과정을 시작한  아이 둘 엄마

-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새로이 알게 된 것.

오랜만에 브런치 글쓰기이다. 3월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개강부터 밀려오는 과제와 발표에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지금도 막 짧은 페이퍼를 하나 제출하고, 시간은 새벽 1시이지만 내 마음은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내 나이 40이 다 되어, 아이 둘을 돌보며 살림을 하고 짤막하게 일도 하면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ㅠㅠ

그렇게 박사과정 3주를 겪은 지금, 나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 삶의 새로운 것도 알게 되었다.


1.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개강 후 첫 한주는 갑작스러운 변화와 쏟아지는 과제에 불안했다. 괜히 소소한 일에 짜증이 나고, 아무 잘못 없는 애들에게 버럭 하게 되고. 내가 지금 처리해야 할 과제나 업무가 이렇게 쌓여있는데, 코로나로 아이들은 집에 있고, 집안도 정신없고,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옷장 마냥 엉망이 되었다. 순간 '이러다간 내 불안을 애들한테 마구 쏟아붓고, 내 마음도 괴롭고, 일도 공부도 집안일도 제대로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애들이 집에 있을 땐 그냥 다 잊고 애들하고 놀고 쉬고 집안일만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걱정해도 물리적으로 단 1도 난 일과 공부를 할 수 없으니까 그냥 애들한테 충실하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내 시간이 주어지면 계속 공부와 일만 했다. 왜냐면 난 지금 이때가 아니면 책을 펼 수 없으니까 허투루 쓰지 말자 싶었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시간 동안 빨리 과제를 다 처리하고, 애들하고도 기분 좋게 지내고, 집안도 적당히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2. 우선순위를 정하기.

과제를 하는데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이걸 다 잘하려면 나 혼자 살아야 할 판국이다. 애들을 지방 친정에 몇주 보내야 되나? 밥은 사먹어야 하나? 과제를 내 마음에 쏙 들게 다 잘하려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겠구나 싶었다. 공부를 왜 하는가? 박사과정을 왜 하는가? 내가 공부하는 건, 내가 공부하고 일해서 번 돈으로 아이들과 우리 가족이 다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공부한다는 핑계로 아이와 남편이 너무 힘들어지고 괴로워지면 무슨 소용인가?' 가족과 아이를 우선으로 두자. 그리고 공부에 집중하자 싶었다. 그래서 적당히 하기, 대충 하기 신공을 발휘하고 있다. 발표는 수강생들에게 설명하고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제출하는 과제는 대략적으로 정리해서 최대한 빨리 보낸다. 완벽하게 작성 못 하면 제출이라도 1등 해야지. 이런 마음이다. 요리는 레토르트 식품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 조리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마루바닥의 얼룩은 몇 번은 눈감아 준다. 주말에 대청소하면 되니까. 내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선별해서 '적당히'의 삶을 실천한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족과 아이들에게 감사하기.

결국은 내 가족의 이해와 도움이 있었기에 내가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공부하는 그 시간 동안은 시부모님이 아이들을 돌봐 주신다. 시부모님이 봐주시지 않았다면 도우미 이모님을 구하거나 돌봄 교실에 보내거나 더 어려운 방법을 찾아봐야 했을 거다. 덕분에 너무나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 댁에 몇 시간씩 가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아이들이 컸다. 엄마가 보고 싶지만 충분히 엄마를 기다릴 수 있고 웬만한 자조 행동은 스스로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봐주는 시부모님도 손길이 많이 가는 유아보다는 육체적으로 훨씬 덜 힘드실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집안일, 아이들 픽/드롭을 같이 책임지고 있다. 남편의 물심양면 도움이 제일 크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시기의 도움을 잊지 말고 결초보은 하기로.


4. 그래서 알게 되었다. 지금 나의 가족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 내가 가족에게서 얼마나 도움과 사랑을 받는지를.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은 능동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