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었다.
국가가 개인을 기억하는 방식을 '주민 등록 번호'라고 부른다.
등록 번호, 한 사람의 일생이 국가에서는
다만 숫자로 기억되고 저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들 사이에서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을 저장하는 방식은 '이름'이다.
머릿 속에서 가장 빠르고 강렬하게 누군가를 기억해내는 큰 키워드가 이름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물어보고 그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내가 그를 기억속에 '저장'하겠다는 뜻이 된다.
누군가와 이별하게 될 때도 가장 먼저 지우게 되는건 그의 '이름'이다.
누군가를 지칭할때 김 과장님 같은 직책이나 직업으로 불리우거나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닉네임 같은, 이름이 아닌 명칭으로 불리는 사이...
이름을 모르는 사이는 경계선을 넘을 수 없는 사이다.
한번의 부름으로 씨앗이 떨어지고
그 위에 시간과 추억이라는 물과 거름이 주어져
비로소 한 존재가 이름이 되고 또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
그 이름을 저장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내 담장 안에
무수한 꽃을 피운 것과 같지 않을까
내 이름은 지금 누군가에게 꽃으로 피어나고 있을까
이름을, 가만히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