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원하는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또 원하던 직장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다면 원하던 일을 하게 될 테니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눈 앞의 목표와 본질적인 목표]라는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직장을 갖게 되는 것은 이제 눈앞의 목표에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음의 목표를 향해서 걸어가는 데 있어서 주요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성장하기 – 돌아보기 – 멀리보기 - 연결하기
성장하기
영어 표현에 이런 것이 있다. Expand your horizon, 너의 지경을 넓히라는 뜻, 또는 볼 수 있고 미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히라는 뜻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나, 내게 맡겨진 일, 할 줄 아는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스스로의 발전을 막는다.
매일 루틴 한,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직업이라 하더라도 더 새롭고 나은 방법이 있게 마련이고, 스스로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되더라도 더 성장할 공간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영어로 다 성장한 사람을 grown-up이라고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다 컸어도 더 나은 사람, 더 능력 있는, 전에는 하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 즉 growing up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헤엄치지 않으면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듯이, 자라기를 멈추면 시드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표현, Test your limit, 즉 너의 한계를 시험해 보라는 말은 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하는 것을 늘 시험해 본다는 뜻이다. 운동, 특히 기록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그냥 달리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자신을 시험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늘의 자기 자신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내일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풍선에서 바람이 서서히 빠지듯이 탄력을 잃어버린다.
예를 들어보자.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외향적이어야 할 수 있는 일을 해 본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떨리는 사람은 좀 부담스럽더라도 자원해서 발표를 해 본다. 그것을 위해서 준비하고 또 용기를 내서 발표를 몇 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전에는 떨려서 하기 어렵던 것들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잊지말자. 성공보다 가치있는 것은 성장.
돌아보기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잘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직장에서 진급하는 것도 좋고,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되는 것도 좋지만, 때때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과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기 있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인기와 성공에 시선을 뺏겨서 자신의 발 밑을 못 보고 헛디디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도는 우리가 가는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내가 있는 곳 주변을 알려주기도 한다.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 마치 경마장의 말처럼 눈 양 쪽을 가리고 앞만 쳐다보고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원하지 않던 곳에 와 있거나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편에 이야기한 내가 누군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늘 던지면 나를 잃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 종종 거울 앞에 서자. 나의 옷맵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을 바라보자.
멀리보기
축구를 잘못하는 사람은 내 앞의 공만 보고, 잘하는 사람은 축구장 전체를 본다. 운전이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내 앞만 쳐다보고, 잘하는 사람은 전체 거리의 흐름을 읽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일, 내가 받는 대우, 나의 직급, 나의 상사 등, 내 앞의 ‘공’만 쳐다보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내 팀, 내 회사의 상황, 내 분야의 발전 등을 보면서 그 속에서의 나의 모습을 찾아보자. 내가 흐름을 타고 있는지 아닌지. 그저 흐름을 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는 없는지.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는지.
나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 원인이 나에게 있는지, 내 조직에 있는지, 아니면 내가 속한 사회에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할 때도 있고 그 절을 더 나은 절이 되도록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절을 지을 수도 있다.
한국적인 특성과 환경이 나의 커리어나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되면 그 환경을 탓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커리어를 생각해 본다. 외국에서의 생활이 여러모로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보다 외국에서 커리어를 잘 못 만들 것 같은 사람들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사업을 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개인 온라인 방송을 할 수도 있고, 커리어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함으로써 그 위에서 생각하는 것, 이것이 멀리보기이다.
연결하기
학연, 지연, 그리고 인맥이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생활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길이 없으면 여행하기가 어렵듯이, 나를 이어주는 연결이 없거나 약하면 커리어를 만드는데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셜 네트워킹이 발달로 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연결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동창생 찾기나 이산가족 찾기는 존재했던 연결을 다시 이어주는 거라고 한다면,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은 없었던 연결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창생 찾기 기능으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이 연결을 확장해 주는 서비스로 발전한 것은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주로 개인적이고 캐주얼하게 쓰이는 소셜 네트워크에 비해 비즈니스나 프로페셔널 성격이 강한 링크드인 등의 플랫폼은 몇 가지 점들만 주의해서 사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링크드인의 나의 소개, 즉 프로필은 이력서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이력서의 내용에 거짓이 있거나 빠뜨린 것이 있으면 안 되듯이, 프로필이 정확하지 않으면 과장 또는 거짓이거나, 아니면 내가 제대로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은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한다.
학력과 이력. “OO 대학교 졸업”이 아니라 “OO년 OO대학교 OO학과 OO학위”와 같이 상세하게 적는다. 학과나 전공의 명칭도 학교에서 사용하는 것 그대로 정확하게 적는다. 그리고 교환 학생으로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한 경우라면 학교 이름만 적지 말고 교환 학생이었다는 것을 명시한다.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 이름만을 적지 말고, 그 회사에서의 역할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적는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가 아닌 경우는 회사에 대한 내용도 적는다.
또 기록된 내용은 언제나 업데이트한다. 프로페셔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신상이나 경력의 변화가 있을 때 곧바로 그런 내용을 기록한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견해나 신념 등 개인적이고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은 적지 않는다.
어플리케이션
1. 성장하기: 나의 현재 위치에서 더 성장하려면 어떤 방향들이 있을지 적어보자. 굳이 멋진 용어나 철학적인 내용을 적을 필요는 없다. '연봉 10% 올리기' 같은 현실적인 것도 좋고,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것, 예를 들어 '라틴 댄스 배우기' 같은 내 삶의 폭은 넓히는 것도 좋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를 적는 것이 효과적이다. '1년안에 라틴 댄스 대회 출전', 이게 좀 어렵다고 생각되면 쉽게 '라틴 댄스 동아리 가입하기'도 좋다.
2. 돌아보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늘 자기 등을 토닥거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때로, 예를 들면 연말이나 아니면 생일 같은 때에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내가 원하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빠져 있는지, 불필요한 것에 감정을 상하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나에게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친구나 동료들에게 배려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내가 학교 때 다니던 동아리의 후배들을 도와주고 있는지 하는 것들도 좋다.
3. 멀리보기: 당장은 이룰 수 없다고 해도 꿈을 꾸는 것은 건강한 일이다. 또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 때문에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지 못한다면 나는 나를 위한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라면 당장의 프로젝트가 안풀리는 이유에 열을 내거나 주변 사람들 때문에 속이 상할 수 있지만, 때때로 '나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서 다음 세대의 학생들에게 롤 모델이 될거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엉겅퀴를 끊어 내는 힘이 된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커리어, career라는 단어는 ‘길’ 또는 ‘도로’를 뜻하는 프랑스어 carrière와 이탈리어 carriera에서 유래한 것이다. 커리어라는 길을 잘 걸어가려면 가고자 하는 곳, 가려는 이유, 그 길을 걸어가는 나, 주변의 여건과 환경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
앞에 소총 사격 이야기에서 말한 것처럼 가늠자와 가늠쇠를 잘 정렬해서 과녁을 조준하고 사격을 해도 빗맞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계획과 준비를 잘했더라도 뜻한 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훈련받을 때 쓰던 소총에는 이럴 때 가늠자를 좌우로 조정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었다. 우리의 커리어에도 이런 가늠자 조절 장치가 있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저 앞을 내다보면서 허리를 펴고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내가 선 땅에 확신을 가지고 커리어의 길을 걸어가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19년 1월 한 달, 별 내용이 아닌 글들을 쓰느라 좀 바빴습니다. 쓰다보니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습니다. 역시 미국 사람들이 즐겨쓰는 표현대로, "It is easier said than done", 즉 말은 쉬운데 실제로는 어려운 거지요. 저는 최대한 철학적인 시각과 현실적인 내용을 고루 적으려고 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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