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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실수

아침에 회사 근처 커피숍에 와있는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먹울먹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다. 아! 깜빡했다. 어젯밤 딸이 밀린 숙 하다가 졸려 그냥 잘 테니 새벽에 출근할 때 꼭 깨워 달랬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실수의 미안함에 종일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실수는 한자 뜻으로 보면 '손을 잃는다’는 뜻이다. 손을 잡아야 할 때 잡지 못하거나 대지 말아야 할 곳에 손을 대는 경우 우리는'실수'라고 부른다. 손 잡아야 할 것을 챙기기는 손 대면 안 될 것을 피하기보다 보통 더 어렵다. 오늘 아침에도 손 잡아 일으키면 될 것을 그리하지 못했다.

손 잡는 것은 시작과 관련이 깊다. 아기는 부모의 손을 잡고 걸음을 시작하고, 연인들은 서로 손을 잡으며 사랑을 시작한다. 누군가와 새로 일을 같이 시작할 때 '손 잡았다'라는 말을 쓴다. 손을 잡을 때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 든든한 신뢰감과 마음의 설렘은 살아가는데 두고두고 힘이 된다.

아내와 처음 만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5월 5일, 강촌으로 나들이를 갔다. 폭포를 보고 내려올 때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그녀가 대답했다. "오늘 어린이 날 아닌가요?"  "아니에요. 5월 5일은 다섯 손가락 둘이 만나듯이 서로 손을 잡는 날입니다." 하며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와 같이 손 잡고 내려오는 오솔길, 푸르른 나무 사이로 바치던 봄 햇살은 너무나 찬란했다.

퇴근길에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샀다. 현관에 들어서자 딸이 쪼르륵 달려와서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뭐야?" 하며 톡 채갔다. 샐쭉한 표정으로 "앞으로 그러지 마." 했다. '그래 앞으로 네가 필요할 때 손 꼭 잡아줄게, 실수하지 않을게.' 하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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