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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공약수와 공배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수학 시간에 공약수와 공배수에 대해 배운다. 모든 자연수는 약수와 배수를 가진다. 약수는 그 수를 나누어 딱 떨어지는 수, 배수는 그 수의 갑절이 되는 수를 말하는데, 두 수가 공통으로 가지는 약수를 공약수라 하고 배수는 공배수라 부른다.  

우리 마음의 관계도 공약수와 공배수의 관계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각자 마음속에 숫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약수는 숫자마다 이미 품고 있는 수라서 시간으로 보면 과거에 가깝다. 어떤 이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잘 통하는 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서로의 숫자에 같은 약수가 있으면 마음속에서 나눗셈이 일어난다. 둘의 숫자는 공약수로 나뉘면서 가까운 사이된다. 그래서, 오래된 친구들과는 공약수가 많아서, 부담 없는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함께 미래를 보아야 하는 사이는 아니기에 가까운 사이 자체로 편안하다.

반면 배수는 앞으로 뻗어나가 미래를 향한다. 연인들은 서로 공약수를 발견해가며 점점 가까워지지만 오랜 친구처럼 공약수 만으로 지낼 수만은 없다. 함께 걸어갈 미래를 바라보아야 하기에 궁극적으로는 공배수를 찾는 숙제를 가진다. 서로 공약수가 많았다면 공배수 찾기가 더 수월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썸 타는 시간은 공약수, 연애하는 시간은 서로 공배수를 찾는 시간이다. 둘 사이 최소공배수가 가늠되어야 관계가 한층 더 무르익는다.

시간의 흐름은 마음의 숫자를 바꾼다. 공약수로 여겼던 숫자를 다시 보면 그게 아닌 것 같고, 공배수에 도달해보면 누구의 배수도 아니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숫자는 점점 커지며 사람들과 사이가 멀어진다.


숫자가 커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밖에 없는 소수처럼 커가는 길은 공감 없는 꼰대의 길이고, 경험과 생각의 폭을 넓혀 다른 이들과 많은 공약수로 사좁혀가며 커가는 길이 현명한 길이다.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어 숫자를 줄이는 것이 좋다. 어차피 긴 세월 서로 맞추어 함께 갈 삶이다. 이를테면 나는 2고 너는 3 정도까지 계속 나누어 보면 된다. 그러면 최소공배수는 자명하다. 6이다. 배수는 12로 가고 또 18로 간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차곡차곡 쌓아가면 훨씬 좋지 않을까? 공약수는 제한된 숫자고, 공배수는 무한하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초등학교 때 다 배운 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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