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ㅁㅈ의 맛있는 그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엄마, 오늘은 삼각김밥 먹으면 안 돼?” 애매한 장소로 외출을 한 날이면, 식당이 마땅치 않아 헤매다가 아이들의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4학년이 된 딸과 내년이면 1학년이 되는 아들. 좀 컸다고, 이상하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즉석면류를 먹는 게 슬슬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여름엔 거의 매일같이 바다로 뛰쳐나갔던 우리 가족. 밥을 먹고 간 날에도 물놀이를 하고 나면 간식으로 배를 채우기에는 좀 더 허기가 지는 그런 느낌이 있는데, 해수욕장에는 보통 빠지지 않고 편의점이 있지 않은가. 게다가 꼭 누군가가 편의점 앞 파라솔 밑 의자에 앉아, 면과 국물의 냄새를 풍기며 국수를 입안으로 호로록 가져가는 바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마치 호객행위라도 하는 것처럼. 이것처럼 아이들에게 유혹적이고 배에서 소리를 나게 만드는 것이 없다.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아이들이 추울 것 같아 라는 핑계로 (들고 간 가방 안에는 따뜻한 차가 있지만) 삼각김밥 하나씩과 작은 튀김우동(유치원생) 또는 진라면 순한 맛(초등학생 4학년)을 골라 나온다. 그런 날은 나도 사람이라 피곤하기에 ‘저녁은 이걸로 되었겠지...’ 하는 착각도 해보면서.
지금은 학교들이 급식실도 있고, 점심을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내가 고등학교 때는 학기에 한 번이었나, 한 달에 한 번이었나 신청서를 걷어서 점심 도시락을 단체로 업체에 주문을 해서 먹었었다. 하지만 야자를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 오기엔 상할 수도 있고 해서, 한솥도시락을 시켜 먹거나, 알아서 대충 과자로 때우거나 선생님 몰래 나가서 뭔가를 사 먹고 돌아오거나 했었는데, 나는 편의점파였던 것 같다. 한솥도시락도 지금 생각하면 매우 싼 가격이지만 학생으로 따지자면 매일 먹기에는 또 만만치 않은 가격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는 야자시간에도 단체로 시켜 먹는 방식으로 바뀌었던 것같지만)
김밥집에서 김밥을 시켜 먹으면 김밥만으로는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 들어 어묵이나 라면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편의점에서도 동일한 배 채우기는 적용된다. 김과 밥 그리고 국물. 김밥이나 김을 반찬으로 먹을 때면 느껴지는 특유의 달라붙음과 건조함이 있다. 보통 김밥이라면 좀 덜하겠지만, 삼각김밥으로 나온 밥알에는 좀 더 건조함이 느껴지기에 그게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삼각김밥 깊숙하게 들어있는 마요네즈와 버무려진 참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쨌든 참치마요 부분으로 도입하기 전까지의 부족한 촉촉함과 심심함을 함께 구매한 육개장이 채워준다. 육개장과 도시락. 둘 다 면이 얇고 가벼운데 비해 고슬 거림이 풍족하다. 가격도 다른 컵라면에 비해 가볍고, 지갑도 풍족하다. 딱 선에 맞추어 부운 물로, 중간중간 떠다니는 계란고명이 우연히 입에 들어오면 반가운 너무 짜지도 않은 국물이 딱이다. 참치삼각김밥의 긴 선을 내려 뜯고, 오른쪽을 살살 잡아당겨 김이 찢어지지 않게 비닐을 벗긴다. 그 비닐을 다시 삼각김밥에 꽂아 잡고, 다른 방향의 삼각김밥의 비닐을 마찬가지로 당겨 천천히 벗긴다. 마치 경건한 어떤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의식처럼. 그리고 데우지 않은 삼각김밥의 첫 바스락 한입. 육개장의 뜨거운 국물 한 입. 두 번째 바스락 한입. 육개장으로의 젓가락질한 면발 한입.
그리고 학교로 돌아오던 만족스러운 발걸음.
야자 할 시간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카 일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