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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May 25. 2022

입사 첫날, 이곳이 사무실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분명 일찍 나올 수 있지만 왠지 일찍 나가면 손해 보는 듯한 기분이다. 지금 나가면 지각할 것을 알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출근시간의 이야기다. 오늘도 헐레벌떡 뛰어왔지만, 티 안 나게 사뿐히 자리에 앉았다.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가능한 일이다. 오늘도 다행히 회사에는 내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를 얻은 지 올해로 6년째가 된다. 어정쩡한 자세로 팀장님에게 인사했던 기억은 6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IT 회사에 취업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취업을 한 케이스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회사 생활이 어떻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채 바로 현실로 부딪혔었다.


첫 회사에 입사해서 팀을 배정받았고, 그곳은 본사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팀장님을 뒤따라서 들어와 들어갔을 때의 공기는 정말로 처음 느껴보는 공기였다. 냄새가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공기의 색깔은 분명 회색이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탁탁한 느낌의 공기였다.

지하상가에 급하게 산 3cm 검은 구두를 신으며 팀원 사이를 지나갈 때 몇 명은 나를 쳐다보고 몇 명은 모니터만 보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 회색 공기가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 나는 대학 신입생 환영식이랑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대학교 입학 때에는 선배들이 웃으면서 모두 반겨줬었다. 그리고 학식을 사주면서 동아리를 홍보하곤 했다. 뭐랄까, 내가 이 집단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고 그 기분이 꽤 좋았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선 첫날, 초대받은 기분보다는 생각보다 싸늘한 분위기에 주눅 들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아 조용히 있어야겠다.'

어떤 업무를 하고 싶어?

팀장님은 옆 자리에 있는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탁자로 나와 동기를 불렀다. 나는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후다닥 달려갔다. 그 탁자는 정말로 진한 초록색 회의 탁자였고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저 탁자에 앉는다는 건 업무가 아닌 무언가를 같이 해야 할 경우였다. 예를 들어 손님이 오신다던지, 중요한 회의가 있을 경우 저 테이블에 앉았다. 두 명이 앉을 때도 있고, 여러 명이 낑겨앉을때도 있었다. 저 테이블은 첫 팀에 대한 상징과 같았다.

"우주 씨는 어떤 업무를 하고 싶어? 얇지만 넓게 배우는 일과 깊고 좁게 배우는 일 중에 말이야"  팀장님이 물었다. 나는 그 순간에도 머리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그린 시뮬레이션에는 이런 질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회사 오니 어때?'와 같은 질문에 살짝 미소를 지을 생각만 하고 있었지 이렇게 첫날부터 업무를 고민해야 할지 몰랐다. 뭔가 지금 대답을 잘하지 못하면 고생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이때 대답한 게 무엇인지 생각이 안 난다. 다행히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은 그것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입사 첫날 팀장님은 친절했고, 다행히 일을 시키지 않았으며, 인사만 드리고 일찍 퇴근했지만 이상하게도 숨이 살짝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파란색 1호선 지하철에서 나는 사무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 내가 대답한 문장과 리액션을 떠올리며  '내가 좀 더 잘 웃고 리액션이 좋았어야 했을까. 이때 이렇게 대답해야 했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다. 드라마에서 청춘 드라마를 봤을 때는 첫 입사 때 굉장히 설레는 마음으로 주인공이 첫 출근을 하던데 나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괜히 신경이 쓰였다.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헐레벌떡 뛰어오는 여전한 직장인이었고 삭막했던 회사의 공기에 융화되고야 말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무심해 보였던 그 선배들이 현재의 내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기분이 나쁘거나 업무가 너무 바쁜 게  아니라 단지 나른한 오후에 모니터를 쳐다보며 딴생각을 하다 신입사원이 와서 '누군가?' 하며 힐끔 쳐다봤을 내 모습이 상상됐다. 

처음 맡은 사무실의 공기, 그리고 적막이 흐르는 사무실의 풍경- 입사 첫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그때 첫 출근을 했던 나를 만난다면 긴장을 풀라고 따뜻한 저녁 한 끼를 사주고 싶다.  회사 사무실의 공기, 시선,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 쓰여 긴장했을 신입 사원에게 말이다. 처음이라 어설퍼서 그랬다고 , 잘 해내서 이렇게 회사 문을 열고 들어온 네가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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