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각자의 성격 그대로 존중하기
넌 아직도 적응을 못했니?
20대 첫 회사에 재직할 당시 나는 몇 년이 지나도 회사와 팀에 적응을 잘 못했다. 적응을 못했다는 것은 아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친한 동기들, 좋은 선후배를 만났지만 그 당시 조직에서 원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응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입사한 지 3년 차쯤 되었으려나.
팀원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외부 식당에 갔는데, 모두에게나 싹싹하고 잘 웃고 의문을 품지 않는 착한 후배가 들어와 나랑 더 비교됐던 모양이다.
"취우주씨는 지금 들어온 지가 몇 년이 됐는데 아직도 적응을 못했나 봐. 후배 00보다 더 적응을 못한 거 같아."
사람들이 많은 자리, 후배와 내가 모두 있는 공간, 나는 일을 잘 배우고 있었고 친한 선후배 동기가 있었지만 단지 특정인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 말을 들어야 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나는 한 번도 내 성격에 문제를 제기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친한 친구들이 있었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외활동, 종교활동 모두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그러나 회사에 들어가 보니 회사가 원하는 싹싹한 신입의 모습은 나랑은 거리가 멀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예로, 나는 진심 반 농담 반/ 사람을 뻘쭘하게 하는 농담 / 사람을 몰아가는 농담을 정말 싫어한다.
"최우주 씨는 이렇대. 진짜야 진짜야? " 하는 장난들.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었던 팀의 분위기와 거기서 화를 내면 장난을 못 받아주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런 공간과 사람들에 항상 의문점을 가졌다. '왜? 왜 이렇게 말는 거지? 왜 이게 당연한 문화인 거지? '
하지만 그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고 그걸 이겨내는 방법은 그 공간을 나오는 것뿐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 내 성격이 이상한가?
이 물음에 대해 두 번째 직장에 이직하고 나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직장 상사는 나를 대놓고 구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도와주었다.
선배는 내 성격 그대로를 이뻐해 주고 , 챙겨주며 다른 사람에게 "내가 정말 아끼는 후배야"라고 응원해주었다.
팀원들은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볼 때 면박을 주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고 항상 친절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내가 전 직장에서 가졌었던 편견들이 깨지고 나서야 나도 원래 내 성격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MBTI 가 유행이다.
나는 이 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인 게 정말 좋았다.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다양한 성격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내 MBTI는 I, N , T , P다. 이제는 이 성격 그대로 - 누군가에게 너는 왜 이런 성격을 가졌냐고 핀잔받지 않고 살아간다.
내 성격을 그대로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 정말 간단해 보이지만 나는 그걸 하지 못해 4년을 방황했다. '내 성격이 잘못된 거야. 더 외향적이어야 해. 더 공감을 잘해줘야 해. 이런 농담도 참아야 해'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나의 성격을 사랑하고 공감하고 이해한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와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