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우주 Oct 20. 2023

내 손만 닿으면 식물이 죽어요!

식물은 왜 자꾸만 죽는 거야







오늘은 꽃이 더 활짝 펴있었다. 가끔 물 한번 준것 뿐인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회사에서 공기 정화를 위한 명목으로 식물을 키우기 위한 임직원을 조사했고, 식물을  하나씩 나눠주였다. 내가 받은 꽃의 이름을 네이버로 검색해보니 '스티디필름' 이었다. 


나는 식물은 잘 못키운다. 신입사원 때 팀에서 관리하는 '난' 도 여러번 저 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사무실에 식물이 들어올 때마다 몇 달을 못 버티고 보내줘야 했다. 대부분 팀장님 앞으로 온 '난'이었다. 물도 꼬박꼬박 잘 주고, 영양제도 가끔 꽂아줬는데 말이다. 가끔은 난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째려본 적도 있다. 



내가 맡은 첫 업무는 업무가 시작되는 9시 전에 하는 일들이었다. 식물에 물을 주고, 신문을 회의 탁자 위에 올려다 두는 것, 그리고 탕비 공간에 있는 과자를 정리해놓고 채워놓는 일이었다. 지나서 보니, 몇 년 사이에도 시대가 많이 바뀌어 이제는 그런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신입사원일 때까지만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 상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표현을 하는 편이었던 나는 이런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식물에 물 주기'와 '과자 채우기'였다. 내가 가지고 키우는 식물도 아닌데, 식물이 마르기라도 하면 그건 내 탓이 되는 게 싫었다. 그리고 과자도 다 같이 먹는 건데 그건 당연히 나만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짜증이 났었다.



사진 링크 : https://f-mans.com/goods/view?no=162



그러나 이곳은 회사기 때문에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해야만 했다. 웃픈 이야기지만 나는 그때 처음으로 드라마에서 나오는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짜증이 나지만, 해야 하는 일은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고 퇴근 후에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 가면 회사 험담을 하기 시작한 어른- 드라마를 보면 많이 나오는 직장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처음에 '업무 같지 않지만 업무라고 생각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 일'들을 하면서 나는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그런 일을 잘하기 위해선 '배려심'이 많아야 한다. 누구 한 명이 불편할까 봐 미리 세팅하는 센스, 사수가 먹고 싶어 하는 과자는 미리 챙기는 배려.. 등 이런 행동을 신입에게 요구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나는 상대적으로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 핀잔 어린 잔소리도 들었다. 그때 나는 내가 '24살, 그리고 싹싹해야 할 거 같은 여자 신입사원이라서 그런 걸까? '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싹싹하지 못해서 괴로운 순간들이 많았었다.






그다음 해에 또다시 신입이 들어오고, 나는 연차를 먹고 또 신입이 들어오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신기하게도 한 해가 지날수록 회사의 문화가 바뀌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팀의 문화도 바뀌었다.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와서 여러 준비를 해야 하는 신입의 일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내가 나간 최후에는 정말 다행히도 사무실에서 '난'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그 일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다. 그리고 가끔 '내가 꼰대인가? "라는 마음이 들만큼 '요즘 신입은 이런 것도 안 한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입을 꾹 다물고 조금 더 나은 세상, 조금 더 나은 회사, 조금 더 나은 조직문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신입은 말을 하지 않을 뿐, 6년 전의 나처럼 분명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므로 


이전 05화 점심 따로 먹어도 될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