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저쪽으로 가면
포르투갈 호카곶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땅끝'은 내 가슴을 유독 벌렁거리게 한다. 그 너머에 뭐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비행기도 없던 시절 사람들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실크로드 세계사> 읽으면서 콜럼버스의 악행에 오만상을 다 찌푸리긴 했지만 그건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대륙을 찾겠다고 떠나는 그 마음은 도대체 뭐였을까 궁금하다. 크게 한 탕 해보려고 하는 꿈팔이 사기꾼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몽글몽글해...
한편 탕헤르에서는 저 멀리 스페인 땅이 보인다. 배로 40분이면 간다고 한다. 이렇게 저 너머가 보이는 땅끝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연히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있는 대륙인데. 오히려 보이니까 별로 안궁금하려나? 인간의 삶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표현은 해는 동쪽에서 뜬다 같이 뻔한 얘기 같지만 정말 어떤 '지리'를 현실로 마주하면 그 말이 너무 실감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