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운 좋게 경험하는 즐거운 감정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기술’ 임을 강조했다. ‘여기서 말한 기술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10분 안에 넘어오게 하는 화술’ 같은 말초적 테크닉이 아니다. 이 기술은 인격이 성숙해야 가능한 행동이다. 사랑의 이론과 실천 부분을 담은 프롬의 책, “사랑의 기술”은 1956년 출간 이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다. 프롬은 사랑에 대한 적당한 요령을 찾는 사람은 그의 책에 대해 크게 실망할 것이라 미리 주의를 준다.
프롬은 사랑의 실천에 관한 마지막 부분에서 공정성의 윤리를 황금률의 윤리와 혼동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공정성이란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이나 감정의 교환에서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황금률은 이웃과의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지만, 공정성은 분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랑의 실천은 공정성과 사랑의 차이를 인식함으로 시작할 수 있다. 공정성은 받은 것만큼 주고, 준 것만큼 받을 것을 기대하는 상호주의이다. 합리적 방식처럼 보인다. 능력 있는 쪽이 예쁜 혹은 귀여운 이성의 물질적 욕구를 풍족하게 채워주는 것, 서로 필요를 채워줄 수 없으면 “쿨하게” 헤어지는 것…… 프롬은 공정성의 원칙에서 더 나아가 황금률을 실천하길 권한다.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녀 제자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서른이 된 그녀 제자는 약 5년 전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그 뒤 간경화로 동생 간을 이식받은 아버지마저 여의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따라왔다. 오르간 연주가 전공이었지만 그녀는 오르가니스트가 될 수 없었다. 이 큰 악기를 연주를 하려면 양손뿐 아니라 두 발로도 건반을 눌러야 하는데, 뇌 기능 손상으로 이런 종합적인 동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병든 그녀에게 홀연 사랑이 찾아왔다. 모 공기업에 수석으로 입사할 만큼 똑똑한 청년이었다. 그가 빠질 만큼 그녀 내면이 아름다웠음에 틀림없다. 약혼 후 여자는 뇌출혈로 두 번이나 쓰러졌다. 그중 한 번은 반신불수가 될 뻔한 상황이었다.
청년의 어머니는 아들 약혼자의 건강 문제를 아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염려했다. 아들에게 그 ‘사랑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없겠냐’ 물었다. 아들은 ‘어머니 어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라며 반문했다. 그의 약혼녀는 누구보다 그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사랑이 변함없을 것임을 확인한 부모는 두말 않고 그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였다. 아들에게 그렇게 물었던 것을 예비 며느리에게 사과했다. 청년의 부모는 아들만큼 순수했다. 자식을 결혼시켜본 사람은 이런 부모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하므로 병약한 상대를 더욱 사랑하려는 젊은이 행동에서 황금률을 배운다. 그가 공정성 원리를 따랐다면 여자 친구의 치명적 건강 문제를 결혼 결격 사유로 봤을 것이다. 그는 여자 친구의 병을 외려 더욱 사랑하고 보살펴야 하는 이유로 봤다.
성공적인 결혼이 길게 이어지는 결혼생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황금률이란 어느 상황에서도 추구해야 할 원칙이기 때문에 평생 일관되게 실천해야 한다. 프롬은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며 주는 것이며, 상대를 보호하고, 존중하며, 상대에 대한 지식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여기서 말한 ‘상대에 대한 지식’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고유한 특징과 나와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게 이런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신혼 초기에 우리 부부에게 이런 문제 상황이 있었다. 그녀가 정성껏 차려준 저녁을 먹고는 별말 없이 옆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고 있는 나를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을 옆에 있는 자기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여겨 크게 화를 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 자체로 만족하고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인식 차이뿐 아니라 치약 짜는 습관, 먹을 때 혹은 먹고 난 후 내는 소리, 쉽게 약속하고 그 약속을 소홀히 여기는 것, 잘 따져보지도 않고 큰일 벌리는 습관 등 그녀가 꼽는 불만족 요인은 무수히 많았다. 그녀 남편이 “웬수”가 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생애 발달 관련 국내외 연구결과를 보면, 결혼 만족도는 평균 2여 년 뒤부터 떨어진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책임이 커지면서 두 곳에 필요한 역할 수행을 모두 잘하기 어려워진다.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할 여유가 점점 적어진다. 다행히 이 만족도 곡선은 자녀가 성장하여 떠나가는 중년기에 다시 위로 향한다. 늦어도 이 시기에는 사랑의 기술에 대해 재점검해봐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변호사 미망인 애니스 프리먼을 만나 1953년 세 번째 결혼을 했고, 이 결혼생활 중 1956년 “사랑의 기술”을 출간했다. 쉰여섯 살이 되던 해였다. 서로 떨어져 있었을 때 프롬은 애니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편지를 썼다. 거리를 거닐며 꽃다발이나 사탕 상자를 사서 그녀에게 줄 정도로 열애했다. 그는 한 사람을 뜨겁게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 배타적인 것이 아니었다.
"만약 내가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세계를,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평전, p329)
진정한 사랑은 확장되고 확산되는 속성을 지닌다. 프롬도 27년 해로한 아내를 만나기 전 결혼 혹은 연애 실패를 여러 번 겪었다. 사랑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황금률에 조금씩 더 다가가는 성숙 과정이다. 지속적인 계발 과정이다. 그러니, 그대도 여기서 멈추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