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표현한 수식어

페이지 03. 인드라의 그물

by 찌즈


보이지 않는 그물이 있다고 했다.


하늘 끝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도 끝나지 않는,

아주 거대한 그물.


그물의 매듭마다 작은 구슬 하나가 매달려 있는데,

그 구슬들은 모두 투명해서

서로를 고스란히 비춘다.


하나의 구슬 안에는

다른 모든 구슬이 담겨 있고,

그 안에는 다시 또 전체가 있다.


그렇게

끝없이 서로를 비추며 이어지는 세계를

인드라의 그물이라고 불린다.


우리의 팀의 리더가 말했다.

우리를 한문장으로 표현한 수식어를 말한다면

‘인드라망의 구슬’과 같다고,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뭐지? 생소한 단어이고 처음듣는

의미였다.


단어를 검색하고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하나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을 수 있을까.

어떻게 서로 다른 것들이

서로를 전부 담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질문은 조용히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다.


우리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 있고,

각자 다른 시간을 살고,

다른 마음을 지나온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오래된 문장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이유 없이 붙잡고 있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한 공간에 녹여드려하고

각자의 이야기였는데,

그 안에서 서로의 시간이 보였다.


내가 읽고 있던 문장 속에서

당신의 기억이 스쳤고,

당신이 꺼낸 이야기 안에서

또 다른 사람의 감정이 겹쳐졌다.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와 대입하여 그 의미를 넣는 순간

깨달았다.


하나의 구슬이

다른 모든 구슬을 비춘다는 말이

무엇인지.


책도 그렇다.


한 사람이 쓴 문장이지만

읽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장면이 되고,

각자의 기억을 비춘다.


어떤 문장은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계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선택이 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펼친다는 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일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삶이 겹쳐진 그물을

잠시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책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를 비춘 순간들을 모으고 있었는지도.

이 서가는

단순히 책이 꽂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작은 구슬들이 걸려 있는

하나의 그물이다.


그리고 그 구슬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시간이 담겨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중 하나다.


당신이 떠올린 장면 하나가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닿고,

또 다른 이야기를 비추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우리는 지금도

그 안에서

서로를 비추고 있다.


333-인드라망의 구슬-무한-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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