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02. 질문들의 질문
성북구의 유명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음식점 2층.
아직은 허름하고 회색빛이 도는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페이지를 설계하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은 가로 305mm, 세로 2미터가 조금 넘는 하나의 공유서가다.
어떻게 기획하고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시작됐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카페에 앉아 앞으로의 계획을 질문으로 풀어가며 조금씩 방향을 잡아간다. 레퍼런스를 찾기 전에, 먼저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공유서가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래서 나의 친구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여러 사람이 함께 책을 나누고 머물며 생각을 확장하는 공동의 책 공간.”
여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덧붙여 말하자면,
“한 사람의 책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되는 곳이다.”
(우리의 슬로건은 세 사람이 모여 세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는 서가, 그리고 세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페이지를 의미한다.)
그래서 문장을 정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인 육하원칙으로 생각해 보았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3월 마지막 날, 성북구의 하천이 보이는 어느 2층에서 우리는 공유서가를 시작한다. 우리의 시선으로 고른 책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세 사람의 주제에 맞는 각각의 섹션을 기획하고 구성한다(아직은 미확정으로 바뀔수도 있다)
왜일까.
첫 번째는 누구든 책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가고 사랑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내가 사랑했던, 혹은 보여주고 싶었던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건네고 싶어서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달을 받는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 공유서가의 존재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치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까.
그 질문 앞에서 다시 고민하게 된다.
작은 서가 하나를 만드는 일이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들어 있다. 어떤 책이 놓이고, 누가 그 책 앞에서 멈출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작은 서가에서, 한 사람의 책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