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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뜰 Mar 03. 2020

난 한 놈만 패 (ps. 한 번만 팬다고는 안 했지)

8. 고용노동부 담당자와 통화하기


  서류를 배정된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고용관리과 담당자의 메일로 보내고 확인차 전화를 걸었다. 접수 확인을 받고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조사가 되는지 문의했다.


  신고 전 조사를 통해 서면상의 증거가 없으면 과태료 처벌이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조사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기업에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과 함께 조사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조사를 거부하면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 도움을 받았던 고용노동청 공정채용 관리과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 한 번 더 확인을 했다. 이 분 역시 채용절차법 위반이라고 해도 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효력은 없다고 했다.


  허탈했다. 면접 질문지에 차별적인 질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조사를 받게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에 그간의 노력들이 부질없이 여겨졌다. 조사 여부를 기업의 허락이 있어야 할 수 있다니 있으나 없으나 한 법이라는 생각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내가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공정채용 관리과 담당자는 어쨌든 피해 사실이 있기 때문에 조사를 거부하더라도 담당자가 구두 경고 또는 계도 공문 발송 조치를 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아도 이 정도의 조치는 일반적인 수순인 듯했지만, 어쨌든 나는 좀 더 확실히 처리를 하고 싶어 청주지청 고용관리과 담당자에게 '녹취파일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해주시고 구두 또는 공문으로 경고조치라도 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고용관리과 담당자는 알겠다며 메일로 진행상황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다.


  진정 공정한 채용문화를 자리 잡게 하고 싶다면, 기업 측에서 모든 면접을 의무적으로 녹취하도록 하고 신고 시 관련 부처에서 녹취를 확인할 수 있는 강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면접을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좀 더 책임감 있게 면접에 임할 것이고, 부당한 질문이 있었다면 나중에라도 피해 사실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었다.


  면접자가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직접 증명해야 기업에 솜방망이 경고라도 할 수 있는 지금의 법으로 진정 공정한 채용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 길이 요원하게만 보였다.


  경고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지었으나 이대로 끝내자니 찜찜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 품었던 '할 수 있는 데 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일을 어떻게 더 키울 수 있을지 생각했다.


  기업 이름을 익명 처리한 채 공론화해야 할까? 어디 언론에라도 제보를 해야 할까? 어쨌든 당시 시간이 많았던 나는 '내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는 백수의 마음가짐으로 갈 때까지 가보기로 결심했다. 한 놈을 여러 번 패기 위해 나는 또다시 머리를 굴렸다.



난 한 놈만 패, 근데 한 번만 팬다고는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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