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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서울천문대

Prologue, 미지의 세계

by 미하

별빛 산책.


프로그램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해가 아직 땅 위에 있고 별빛은 숨어있다.


카페에 들어가 샷 4개가 들어간 일 리터의 커피를 주문하고 감자빵과 함께 테이블에 앉는다.

- 카페 "TABLES"

카페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23번 버스와 93번 버스가 여러 번 지나갔고 그 버스 번호들의 숫자만큼 너를 생각한다. 방금 1-1 버스가 지나갔다. 그래서 다시 한번 당신을 생각했다.

창 너머 길 건너에 익숙한 타이어 샵이 보인다. SpeedMate. 별빛의 속도와 너를 동시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 거다. 간판이 새삼스럽게 눈길을 끌고 내가 계속 거기에 붙들리는 이유는. 나는 오늘 별빛이 아니라 저 간판을 보러 온 건지도 모르겠다.


해가 지고 천문대로 발을 옮긴다. 너무 일찍 와서 조금씩 기다리게 되었지만 괜찮다. 너를 생각하는 시간은 느릿하게, 훌쩍 지나갈 테니까.


해설사는 우주를 이루는 모든 것이 천체라고 했다. 이 말은 나도, 너도 우주의 일부라는 그런 클리셰. 서울 탐방의 첫 발자국이 천문대가 된 데에는 우연의 사정이 있었지만 결국엔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아이를 데려온 한 엄마가 묻는다.


"수학을 못해도 천문학자가 될 수 있나요?"


- 아이가 수학과 가까웠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과 -


"수학을 좋아하셔야 해요. 천문학자들 소통의 방식이 수학이에요."


-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읽은 해설사의 대답이었겠지만 - 여러 방면으로 계산적이지 못한 나는 귀가 쫑긋한다.

역시 수학을 공부해야 하나?? 너라는 별빛을 잡길 원한다면.

반면에 너는, 천문학자가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벌써든가. 지금 깨닫는다. 천문학자, 로맨틱할 줄 알았는데...... 못됐다.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차가운 렌즈에 속눈썹이 닿는 것을 느끼면서. 꽤 두근거리는 건 샷 4개의 영향일까? 시리우스의 푸른빛이 너를 닮았다.


과거의 빛을 본다. 지나간 너의 눈빛이 이리 달려와 오랫동안 잔상이 된다. 별빛이 머릿속에 파고들어 머무른다.

그래서 확신하건대, 네 생각을 할 때면 아마도 내 얼굴은 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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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며 머물며, 오늘의 BGM>

Counting Stars (by One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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