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별,
태양. 낮에 빛나는 별.
안내 데스크에서 예약 정보를 확인하고 팔찌를 채워준다. 태양 관측은 5분에서 10분 정도면 끝이 난다 했다. 나머지 시간은 과학관 자유 관람. 그리고 간단한 우주 관련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유치하시겠지만 3개 중에 고르실 수 있어요. 안 보셔도 되고요."
유치함이 어디 내 마음만 할까. 넘치는 마음 둘 곳 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겠다고 결심한 어린애 같은 마음. 유치하지 않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줄거리를 열심히 살펴보고 하나를 선택한다.
"코코몽을 볼게요."
태양에 관한 아주 간단한 설명을 듣고 주 관측실로 나간다. 한번 천문대를 다녀왔다고 익숙해진 망원경들이 여러 대 보인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써봤던 셀로판 같은 것이 붙은 안경도 나눠 받는다. 안경을 쓰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을 크게 뜨고도 태양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노랑과 주황 그 어느 사이의 색.
한참을 본다. 태양이 갑자기 낯설면서도 도도하게 느껴진다. 가끔의 너처럼. 예쁘고 묘해서 눈을 뗄 수 없다. 구름 뒤에 감추어졌다가 다시 나오는 모습이 너를 잠시 본 것 같다.
"흑점이 보이시나요?"
"네!"
아이가 대답한다. 해설사가 쿡쿡 웃는다.
"정말 보여요?"
"네!"
그 셀로판 안경만으로는 태양의 흑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진짜 보일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 망원경은 안 봐도 되겠네요."
"앗, 그렇다면 보이지 않아요!"
내 마음이 아이의 눈과 뭐가 다를까. 보이지 않는 너의 마음을 보인다 생각하는 나의 마음.
조그마한 것으로도 어느 정도는 너의 마음을 알겠다 감히 짐작해 보는 나의 마음. 난 진짜 보았다고 단단히 확신하는 나의 마음. 그렇지만 더 자세히, 확실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사실은 잘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다 번복하는 나의 마음. 헷갈려져 버린 마음.
마지막 관찰팀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망원경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확인하며 발을 앞으로 내딛는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고통이 이마에 전해져 온다.
망원경에 이마를 찧었다. 망원경은 정말...… 이런 식으로도 무언가를 보여준다. 해설사가 많이 놀라 몇 번이고 묻는다. 괜찮은지.
눈물이 돌지만 울지 않는다. 너에게서 꽤 많이 듣는 말. 나도 꽤 하는 말.
괜찮아요?
괜찮아요.
사실 전혀 괜찮지 않다. 나는 많이 서럽고 아프다.
찌그러진 이마를 만지며 꿋꿋이 관람을 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마지막 경로를 빠져나올 때쯤 24,000년 전에 멸종했다는 동굴곰의 뼈 조형물을 보며 생각했다.
멸종 안 했는데. 나 여기 있는데.
**
<오가며 머물며, 오늘의 BGM>
지구가 태양을 네 번 (by 넬 (N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