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할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단어들이 있다.
어제는 기온 40도를 찍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시원한 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갑자기 가을이 다가왔다는 기별처럼.
몇 시간 차이로 계절이 바뀌는 것이나
몇 분 차이로 갑자기 강한 허기를 느끼는 것이나 모두 한순간의 차이다.
늦은 아침이고 이른 점심인 한 끼,
브런치를 먹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순간적으로 갈망하는 것이 욕구일까 욕망일까를 생각했다.
표현을 자주 했었던 단어인데 그 두 단어는
어찌 된 것인지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생각난 김에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두 단어의 정의를 찾았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욕망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고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이라고 정의되었다.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봐도 욕구와 욕망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워서
나는 어떨 때 욕망이라는 단어와 욕구라는 단어를 구분하고, 사용하는지 생각한 날이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예전에도 한문학자인 친구와 이 두 단어의 차이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설전을 벌였었던 것 같다.
한문학자인 친구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납득하지 못했던 부분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때 그냥 넘어갔었다.
이처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은 뒤끝이 있어서 오늘 다시 되짚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욕망을 적절하게 표현한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재미있어서 두 번이나 봤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주인공인 두 여배우,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을 좋아해서 더 재밌게 봤을 수도 있지만,
제목이 <욕망>을 암묵적으로 내포해서 흥미를 갖고 봤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인내한다.
실망과 좌절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꿈을 이루려고 한다.
그런 마음이 욕망 아닐까? 그래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욕망이 프라다를 입는다>로 바꿔보기도 했었던 듯하다.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마음 저변에는
타인이 보는 자기 모습의 격이 올라간다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때 명품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으나
이젠 나의 시선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하고 있어서 명품과 한 발 멀어졌다.
산책길에서 산 딸 리를 따려고 발뒤꿈치를 올리고 손을 뻗은 아이,
손이 닿지 않자 아이의 손이 딸기를 딸 수 있도록
엄마가 나뭇가지를 휘게 하려다 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봤다.
아이의 엄마는 민망해 어쩔 줄 몰라했다고,
그 장면을 목격한 나도 민망해서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진짜 가죽이 아닌 그런 가방,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도 안다. 하지만 누군가 싸구려 가방을 갖고 있으면 그게 싫다.
이렇게 말하면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누가 싸구려 가방을 갖고 있으면
그냥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싫어질 수도 있다.”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발췌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위의 문장과 비슷한 생각이 흘러서
아직도 명품이 굳건히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명품은 없다.
시간과 노력으로 그런 명예를 갖는 것이니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듣보잡>이라 폄하되는 그런 제품들에 눈길을 돌린다.
응원하는 소비, <클라우드펀딩>이 같은 취지로 탄생한 것 아닐까?
학문적인 접근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나는 욕망을 욕구보다 차원이 높은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욕구는 일차적인 갈망?
즉 배가 고프다, 혹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 등등과 같이
순간적인 갈망일 때 표현하는 단어이고,
욕망은 장기적인 갈망?
즉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가수가 되고 싶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 등등과 같이
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갈망을 욕망이라고 표현하지 않을까?
하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나는 언어학자가 아니므로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미성숙한 사람의 표시는 대의를 위해 고상하게 죽고 싶어 하는 반면,
성숙한 사람의 표시는 대의를 위해 겸허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거다.”
- 빌헬름 슈테켈 <호밀밭의 파수꾼 p.282>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시큼한 산딸기가
산책로 한쪽 가파른 산 중턱에 탐스럽게 열렸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색과 맛.
아직 따려고 시도해 본 적이 없는데, 따서 먹어볼까?
이렇듯 욕망과 욕구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두 단어 모두 일상을 탱글탱글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이고 시원한 바람이
아침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강도로 다시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