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슬픔의 표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명확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by 코코넛


눈물은 어떨 때 흘릴까?

슬플 때, 기쁠 때, 감동했을 때 그리고 또 언제 흐르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아마도 나는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때론 소설책이 아닌 책을 읽다가도

눈물을 흘리곤 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오늘도 책을 읽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그런데 오늘의 눈물은 선명하게 규정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모르겠다.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불쌍하거나, 감동적이 거나 와 같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인데 눈물이 흐른 게 독특했다.


눈물샘이 고장 난 것일까?


누군가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당황해서 변명거리를 찾다가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눈썹이 눈을 찔러서라고 얼버무렸을 듯하다.

돌발적인 눈물의 파장은

가시나무새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서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라는

애매모호한 해답으로 대충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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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흘린 눈물 때문에

나는 언제 눈물을 흘리는가 생각해 봤더니

슬플 때는 오히려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것 같다.

슬플 때 울면 슬픔에 완전히 잠겨버릴까 봐

서둘러 그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바빴다.

< 슬픈 땐 오히려 이성의 힘이 크게 작동하는 아이러니? >


내가 눈물을 흘릴 때는 오히려

기쁠 때와 반가웠을 때와 감동받았을 때가 더 많았다고 기억한다.

정말 웃긴 일이다.

기쁜데 왜 울고, 감동받았는데 왜 울지?


"특이한 것은, 어떤 현상을 보면

모종의 형식과 모종의 곡선이

도처에서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마는 무릎에 대응되고,

어깨는 허리에 대응대는 식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가장 깊은 데까지 들어가 보면 결국,

인간의 본성이나 감정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헤르만 헤서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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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입자들도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면

스스로 자신의 형태를 보여줄 때가 많은 것처럼,

마음속에서의 파동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쁨, 슬픔, 감동 등의 이름으로

몸 밖으로 나타나기 이전의 형태를 보여줄까?


감정들은 모두 같은 지류라서 가끔 그렇게 표출되는 것일까?


어제는 비, 오늘은 흐림, 내일은 다시 비가 예보되었다.

장마답지 않게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니

대기의 움직임도 내 마음처럼 미세하게 흔들리는 파동을 겪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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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떨어지면서 미세한 물결이 있었고,

얼마 안 되는 공기가 계속해서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진주처럼 하얀 공기방울을 되밀어 올리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발췌


한 발자국 뒤에서 보면, 대충 보면, 변동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내 몸과 마음을 비롯해서 모든 생명들은 순간순간 이동한다.

이동의 보폭이 크지 않을 때 모르고 지나가는 것뿐일 것이다.

생명뿐 아니라 대기의 물질도 방향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데

내가 자세히 살피지 않을 뿐이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볼 수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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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눈물을 많이 흘린 것이 아니라서

지나가는 여우비처럼,

1분도 채 넘지 않은 눈물이라서

나는 오늘의 눈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다만,

나도 몰랐던 나의 어떤 부분을 조금 더 알았고,

무심했었던 내 감성의 파동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

그래서 내가 심정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예민한지, 무딘 연필심에 찔린 마음처럼 둔탁하지는 않은지

확인한 시간이었고, 아직은 섬세한 상태라는 결론의 미소를 짓는다.


외부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돌렸을 때

커 보이는 것들을 봤을 뿐이다.

내면으로 돌렸던 시선을 살짝 들어 밖으로 옮기니 벌써

사각사각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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