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의 이 문장에서 얻은 공감은 오래된 새로움
집 안의 모든 전자 기기는 크든 작든 가동하는 소리가 난다.
전자 기기들이 가동되는 소리가 공기의 파동을 일으켜
내 귀에 와닿는 소음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서 소음에 익숙해진 것일까?
어떤 날은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전자 기기들이 내는 소리에 둔감하다 못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혹시 고장이 났나? 살피는 예민함까지 생겼다.
소음도 데시벨의 강약에 따라서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도 있는 것 같다.
백색소음에 노출되어야 집중력이 높아지는 사람도 있어서
독서실과 같이 집중해야 하는 장소에 백색소음을 틀기도 하고,
더러는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가 잡 중이 더 잘되어서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현상도 신체의 진화일까?
생각해 보니, 숨바꼭질 놀이를 했을 때였다.
숨은 장소가 너무 고요하고 술래가 날 찾아내려고 근처에도 오지 않았을 때,
갑자기 외계에 혼자 있는 느낌이랄까?
사람도 없고 소음도 없는 장소에서 두려움을 느낀 경험이 있다.
소음은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신호로 인식하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의 파동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일종의 안전하다는 신호로 지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밤은 어둠인 모든 것의 참다운 세계다.
땅거미가 지자마자, 이 묽은 코끼리는 변모한다.
그것은 어둠의 무서운 고요 속에서
태연하고도 무시무시한 형상이 된다.
과거의 것이므로 그것은 밤의 것이었고,
이 어둠은 그의 위대함에 이끌렸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발췌
지금도 가끔 잠들었다가 새벽에 혼자 깨어있을 때,
이웃의 모든 집의 불빛이 사라지고,
희미한 가로등 빛과 달빛으로 어둠의 깊이가 제각각인 밤이 너무 고요하면
으스스한 기운이 덮쳐서 소름이 돋는다.
만약 창밖의 야옹이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새소리, 매미,
찌르레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이상하게 편안해질 때가 있다.
찌르레기가 우는 소리와 매미,
귀뚜라미의 울음을 잠들기 전까지 듣는 환경에서 살아서일까?
그 친숙함이 평화를 주는 것일 수 있다.
야생동물학자인 존 해디디언은,
밤은 야생동물이 도시를 점령하는 시간이라 했다.
사람이 모두 잠든 시간 야생동물들이 도시를 점령한다는 말이
신기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었던 배경엔 집 뒤의 산 덕분일 수 있다.
”우리는 도시가 낮이나 밤이나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밤은 물론 더 어둡고 서늘하고 조용하다.
그뿐 아니라 밤에는 동물들이 바글거린다. 도시에는
비둘기와 참새 다람쥐가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낮에 본 동물들은 밤에 같은 거리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동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 야생동물 연구가 존 해디디언 <관찰의 인문학>에서 발췌
귀가해서 씻고 난 후엔 문밖에 나갈 일이 없는 나로서는
야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다,
어쩌다 한밤중에 집에 돌아오는 중 가끔 고라니가 길 한복판에 서 있는 걸 목격하곤 했었다.
고라니는 귀가 어두운지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처음엔 라이트를 켰다 끄는 방법을 반복해서 비키라는 신호를 주었었는데
꿈적도 하지 않아 불안했었다.
그런 경험을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친구가
< 만약 너의 눈앞에 플래시를 켜서 비추면 넌 어떻겠니?
고라니는 당황해서 움직이지 못할 거야.
다음에 같은 상황을 만나면 불빛을 조도를 낮추어서
고라니가 가던 길을 갈 수 있게 해! >라고 조언해 주었다.
밤에 활동이 적은 내가 만난 야생동물은 고라니가 전부다.
아니, 늦은 밤에 분리수거를 위해 집 밖으로 나갔을 때 가로등 아래서,
고양이가 데이트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소위 도둑고양이라 불리는 그 녀석들은 사람들처럼 낭만적인 장면을 보여주었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동물들의 사랑도
사람의 사랑과 너무나 비슷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이 소중했으므로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사랑은 육천 살의 어린애다.
사랑은 기다란 흰 수염을 가질 권리가 있다.
므두셀라도 큐피드에 비하면 어린애에 불과하다.
60세기 이래 남녀는 서로 사랑하면서 곤경에서 빠져나왔다.
심술굿은 악마는 인간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더 심술굿은 인간은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인간은 악마가 인간에게 나쁜 짓을 한 것보다
더 많은 좋은 일을 인간에게 하였다.
이러한 미묘함은 지상의 낙원 때부터 발견되었다.
얘들아 이 발명은 오래된 것이지만, 아주 새로운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라.”
-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발췌
야생동물들이 움직이는 파동이 소음으로 다가와 친숙한 존재가 되고,
어둠을 잘 건너가게 해 주는 동무가 되었으니
애완동물이 아닌 야생동물들에게도 사랑을 주는,
함께라서 안전하고, 함께라서 편안한.
< 사랑은 육천 살의 어린애다 >
빅토르 위고의 문장처럼, 소음이나 야생동물은 모두
오래되었지만 늘 새로운 대상이니,
사랑으로 기억하고, 사랑을 키우고, 사랑으로 아껴주어야지
<나는 진부하게 왜 야생동물 하면, 호랑이 사자 여우와 같은,
도시 근처에 오지 않는 동물만 떠올릴까?
너구리나 멧돼지, 고라니, 찌르레기 같은 아이들도 모두 야행인데 >